"지구 160바퀴 돌았다"..나라 밖 흩어진 '국보' 어떻게 돌아왔나

유승목 기자 2022. 7. 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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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립고궁박물관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 개최
국새 황제지보. /사진=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국새 황제지보(國璽 皇帝之寶)'는 1897년 조선 26대 임금인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주조한 황제의 인장(印章)이다. 한국 근대사에 흔적을 남긴 귀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정작 후손들은 2014년까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중 미국으로 불법 반출된 후 행방이 묘연해졌기 때문이다.

황제지보는 2014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손에 들려 6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한·미 문화재 환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조 수사를 통해 환수한 것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경복궁을 둘러보며 미국 기자들에게 "우리가 가져온 물건이 한국인들에게 이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6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해외에서 환수해 고국에 돌아온 환수문화재들 전시하는 '나라밖 우리 문화재의 여정' 기획전 언론공개 행사를 갖고 환수 문화재를 공개하고 있다. 2022.07.06.

황제지보를 비롯해 해외로 반출돼 타지를 떠돌던 유물들이 경복궁에 모였다. 정부·민간 외교로 돌려받거나 경매장까지 찾아가 낙찰 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환수한 40여 점의 국보급 문화유산이다. 역사·예술적 가치를 두루 갖춘 걸작들로 올해 초 환수가 이뤄져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은 오는 7일부터 9월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환수문화재 40여점을 선보이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두 기관은 특별전에 앞서 이날(6일) 언론공개회를 열어 국외소재 문화재들의 반출 경위와 주요 유물의 반환 성과 등을 설명하고, 해외 곳곳에 잠들어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환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라 밖 문화재 21만점..어떻게 돌아왔나
2019년 독일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이 자발적 반환한 '문인석'. 통상 입을 다물고 있는 작품이지만 해당 작품은 입을 벌리고 있어 연구가치가 높다. /사진=문화재청
문화재당국에 따르면 전 세계 25개국에 흩어져 떠돌고 있는 국외소재문화재는 올해 기준으로 무려 21만4208점에 달한다. 19세기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을 겪은 지난 100년이 워낙 혼란스러웠던 탓에 문화유산 역시 도난과 약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소장 정보가 온전히 공개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나라 밖 문화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들은 특성 상 상당수가 희소성이 크고 역사·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이 많다. 이에 정부는 2012년 설립한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재단을 중심으로 해외에 퍼진 문화유산 환수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경매사이트를 모니터링하거나 현지 실태조사로 문화재를 찾고 경매나 기증, 국가 간 공조를 통해 들여오는 방식으로 환수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들이 복권을 구매할 때마다 쌓이는 복권기금 중 '문화재보호기금 전출' 명목으로 지원받은 예산을 들고 직접 경매장에 나서 낙찰받아 올 때도 많다. 김계식 재단 사무총장은 "10년 간 6개국에서 784점의 환수성과를 올렸다"며 "문화재 환수 등 업무를 하느라 지난 10년 동안 직원들이 비행한 거리를 따져보니 629만㎞로, 지구 160바퀴를 돈 셈"이라고 밝혔다.

2018년 독일에서 환수한 '면피갑'. /사진=문화재청

하지만 문화재 환수가 발에 땀나게 뛴다고 이뤄지는건 아니다. 국제법상 강제 수단이 미비할 뿐 아니라 당사국 간 정체·경제·문화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다. 불법으로 밀반출 된 경우도 있지만, 적법하게 구입하거나 기증·외교 선물·수출 교역 등을 통해 나가게 될 때도 있다. 완전 소유권 이전이 어려울 경우 대여하거나, 현지에서 원활히 보존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신재근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국외반출 문화재가 모두 불법으로 나간 건 아니라 유출경위에 따라 환수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며 "불법으로 부당하게 나갔다 하더라도 전부 돌려받는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임산 재단 지원활용부장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되찾아야 할 값진 유물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실태조사로 환수대상인지 지원대상인지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모인 환수 문화재들도 저마다 독특한 반출경위와 환수과정을 지니고 있다. 이 중 16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인석(文人石)은 독일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이 적법한 절차로 소장했지만, 국내에서 반출된 경위 자체가 불법이었단 점을 확인해 자발적으로 반환해 주목 받는다.

조선 후기 제작된 나전 상자로 제작 수준이 높아 연구 활용 가치가 높은 유물로 꼽히는 '나전 매화, 새, 대나무무늬상자'(왼쪽)와 조선시대 왕들의 글씨(어필)을 탁본해 엮은 책인 '열성어필'. /사진=문화재청

올해 초 환수한 16세기 조선회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문화재당국이 긴급 검토를 통해 69만3000달러(약 8억4000만원)에 낙찰 받았다. 2018년 프랑스에서 환수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竹冊)'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유명한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가 문화재 환수를 위해 지원한 22억원으로 되찾아온 문화재라 '게이머들이 환수한 문화유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선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 지난 3월 미국에서 되찾은 '열성어필(列聖御筆)', '백자동채통형병'이 처음 공개된다. 독일에서 찾아온 '면피갑' 등 6건도 일반 대중에 첫 선을 보인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나라 밖 문화재 환수와 활용, 국제협력이 성공하기 위해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하다"며 "이번 전시가 국민 관심을 높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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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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