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학자 최초 필즈상 수상이 비춘 '수포자 밭' 어두운 이면

안병수 2022. 7. 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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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거머쥐었지만, 교육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 토양의 체질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고등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수학 기초학력에 미달했고, 해당 비율은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수학 기초학력이 미달인 '1수준'인 학생 비율은 중학교 3학년 11.6%, 고등학교 2학년 1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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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거머쥐었지만, 교육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 토양의 체질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학문 분야의 국제적 위상과 교육 현장에서의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넘쳐나는 모습 사이 괴리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고등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수학 기초학력에 미달했고, 해당 비율은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설문조사에선 스스로 수포자로 여기는 학생들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수학 기초학력이 미달인 ‘1수준’인 학생 비율은 중학교 3학년 11.6%, 고등학교 2학년 14.2%였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중학교 3학년은 2017년 7.1%에서 4.5%포인트, 고등학교 2학년은 같은 기간 9.9%에서 4.3%포인트 올랐다. 성취도 평가에 병행된 설문조사에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가치, 흥미, 학습의욕 등도 일제히 떨어졌다. 중학교 2학년의 경우 2020~2021년 사이 '가치 낮음' 응답률은 15.5%에서 17.3%로, '흥미낮음' 23.3%에서 25.8%로 높아졌고 '자신감 높음' 비율은 34.7%에서 31.9%로, '학습의욕 높음'은 52.9%에서 50.3%로 뚝 떨어졌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보다 수학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는 학생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실시한 ‘2021학년도 전국 수포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스스로 수포자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 초등학교 6학년 1496명 중 173명(11.6%), 중학교 3학년 1010명 중 226명(22.6%), 고등학교 2학년 1201명 중 388명(32.3%)이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다. 국제적 성취와 달리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에 흥미를 잃고 마는 교육현장의 ‘그늘’이 걷히지 않는 상황이다.

같은 조사에서, 전국 17개 시도 90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4758명 중 60.5%는 수학 시험으로 인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로 ‘학교 수학 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보다 과도하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은 뒤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헬싱키=연합뉴스
이에 교육계에선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 평가 방식과 주입식 교육과정 자체가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의 수준과 범위에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꼬일 대로 꼬아낸 문제 앞에서 아이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수학을 혐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교육이 학문적 흥미를 돋우기보다 제한 시간에 많은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입시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 고난도 문항 출제를 서슴지 않아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준다는 뜻이다.

고등교육 체계에서도 학자들의 연구 환경 개선을 국가가 적극 도와야 유수의 수학자를 길러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승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정부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등 연구하면서 평생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며 “수학계 경사를 계기로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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