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알던 사람들'에 드리우는 '국정농단 그림자'
지인 채용 논란 연이어 불거지자..野 "비선으로 국기문란"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1 대통령 부인의 해외 순방 일정을 짜고, 대통령전용기(공군 1호기)로 귀국한 이가 있다. 대통령실에서 정식 채용한 직원이나 공무원은 아니다. 주인공은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씨. 김건희 여사의 오랜 지인으로, 신분은 '민간인'이었다.
#2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를 수행했던 2명. 이들은 측근 거리에서 김 여사를 직접 수행하고 간접 경호를 받았다. 이들 모두 김 여사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기업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이었다.
#3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던 황모씨. 황씨는 윤 대통령 오랜 친구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현재 황씨는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비선 논란'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친분'이 있었던 이들이 공식일정을 함께하거나,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대통령실은 "적법했다"며 논란을 진화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국기문란"이라며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상기시키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윤 대통령 부부의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을 위한 현지 일정을 짜는데 참여하고 대통령전용기로 귀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신씨는 이해충돌방지법 문제로 대통령실에 채용되지 못했는데도, 이번에 '기타 수행원' 자격을 얻어 대통령 일정과 관련된 업무를 한 것으로 드러나며 파장이 일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신씨의 순방 참여 논란에 대해 "신씨는 인사비서관의 부인이어서 (스페인을) 간 것이 아니다"라며 "(스페인에서 진행된) 행사 전체를 기획하고 사전답사하는 업무를 맡기기 위해 그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신분으로 이 행사에 참여한 게 아니다"며 "수행원 신분인데, 민간인이기 때문에 '기타 수행원'으로 분류된다. 기타수행원은 누가 임의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외교부 장관의 결재를 통해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재차 신씨가 '사적 인연'으로 순방 일정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씨가 해외에서 11년 간 유학하며 외국어에 능통하고 민간회사에서 국제행사를 치러본 전문성을 고려해 기타수행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해명이 논란을 더 키웠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는 설명을 함께 내놓으면서다. 대통령실은 나아가 "행사기획이라는 게 여러 분야, 전문성이 있겠지만 대통령 부부의 의중도 잘 이해해야 한다"며 "모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대통령의 뜻과 의중을 반영했다"고 했다.
'친분은 있지만 전문성을 보고 뽑았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과거 '비선 논란'이 일 때마다 반복됐다. 앞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던 황아무개씨는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황씨는 윤 대통령 오랜 친구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강원도 동해에서 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하는 황아무개 사장의 아들로, 황 사장은 윤 대통령과 매우 오래된 친구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대선 과정 내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지근거리에서 비공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당선인 비서실에 들어가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황씨의 대통령실 근무 여부에 대해 묻는 시사저널 질의에 "역대 어느 청와대도 행정관이나 행정요원이 언제부터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전례가 없다"고 답했다.
봉하마을 방문 때 김 여사를 수행했던 대통령실 직원 중 2명 역시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적 인연 채용 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코바나컨텐츠에서 수년간 근무한 김 여사의 최측근이다.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전직 대통령들도 잘 알고 편한 분들과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적 채용을 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사적 인연을 배경으로 대통령실에 채용하거나,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 일정에 민간인을 참여시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실세 역할을 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사태'까지 꺼내 들어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지인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했다는 논란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만약에 문재인 정부 때 김정숙 여사께서 이렇게 지인을 데리고 가셨다면 온 언론이 가만히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우 위원장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고 박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원했던 분"이라며 "보수를 안 받았어도 국정농단 사건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지인을 쓰고 대동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 아무 문제 의식이 없으면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직격했다.
앞서 김 여사가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도 '지인 동행' 논란이 있었던 점을 거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이런 행태를 보였단 점에서 야당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국회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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