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을' ASML 압박까지..美·中, 반도체 패권 전쟁

김윤지 2022. 7. 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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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SML에 구형모델도 中수출 금지 요청
中견제 목적이나 '자급자족' 기대감 호재로
"장비 대체 어려워"VS"오히려 고속 성장"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에 중국 판매 추가 제한을 요청했다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는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ASML 로고(사진=AFP)
블룸버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ASML의 중국에 대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판매 중단을 위해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미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이런 조치를 구형 장비까지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이 최근 네덜란드를 방문해 공급망 이슈를 논의하면서 이 같은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ASML 본사를 찾아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도 만났다.

반도체 업계 ‘슈퍼을’로 불리는 ASML은 최첨단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ASML 본사를 방문해 ASML 경영진과 EUV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에 대해 논의했다.

DUV 노광장비는 EUV와 같은 최첨단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 PC, 로봇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분야에서 ASML의 경쟁자는 일본 니콘으로, 미국은 일본 정부에도 니콘이 D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ASML의 대(對)중 수출 추가 제한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 때문이다. 중국은 독일, 벨기에에 이어 네덜란드의 세 번째로 거래규모가 큰 무역 파트너이다.

블룸버그는 “네덜란드가 이에 동의한다면 현재 중국으로 판매가 금지된 반도체 생산장비의 범위·종류가 대폭 늘어나 SMIC(중신궈지)나 화훙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간 싱크탱크 대만경제연구원의 존슨 왕 애널리스트는 “노광장비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 중국이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장비”라면서 “노광장비 해외 조달이 가로막히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멈춰 설 수 있다”고 말했다.

中반도체 장비株 강세…“오히려 좋아”

이 같은 전망에도 중국 반도체 종목은 이날 오름세를 보여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소식이 전해진 6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퉈징과기(Piotech), 선양신위안(킹세미), 중웨이반도체(AMEC), 베이팡화창(NAURA) 등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장중 10% 넘게 오르는 등 강세였다.

반면 뉴욕증시의 ASML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전일 장중 8% 넘게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다 전 거래일 대비 3.87% 하락한 432.40달러에 마감했다.

항저우에 위치한 시얀자산운용의 시준보우 펀드 매니저는 “(중국의)기술 발전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수입 장비와 반도체를 결국 자국산이 대체할 것이란 논리에 따라 중국 반도체 종목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20년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SMIC와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 항저우 하이캉웨이스(하이크비전) 등에 대한 미국 기술 판매를 제한하는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견제하고 있으나,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초고속 성장을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전 세계 반도체 20개 기업 중 19개가 중국 팹리스 기업 쑤저우궈신,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한우지 등 중국 기반 기업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은 8개에 불과했다.

당시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연구원은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중국 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 공급망 ‘자급자족’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기술 강국이란 목표 아래 반도체 분야 선두 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미국 제재에 맞서 ‘바이 차이나’ 전략을 추진한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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