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주민, '민주주의하에서 경제 취약' 인식 강해져"

김상훈 2022. 7. 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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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로 확산한 '아랍의 봄' 혁명은 아랍권 주민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심었다.

실제로 많은 시민이 희생된 2011년 아랍의 봄 시위가 있었던 국가 중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건 튀니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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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아랍어방송·아랍바로미터, 아랍권 10개국 2만2천여명 조사
"민주주의가 완벽하지 않으며 만능 아니라는 인식 확산"
아랍 바로미터의 2021-2022 여론조사 결과 [아랍 바로미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로 확산한 '아랍의 봄' 혁명은 아랍권 주민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심었다.

그러나 큰 희생을 치른 시위는 대부분 국가에서 민주화로 연결되지 못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고질적인 경제난을 더욱 심화했다.

이런 가운데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민주주의하에서 경제 안정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BBC 아랍어 방송과 미 프린스턴대 주도의 리서치 네트워크인 '아랍 바로미터'는 6일(현지시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아랍권 9개국과 팔레스타인의 주민 2만2천7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2022 여론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조사에서 이라크, 튀니지, 리비아, 요르단, 레바논, 수단, 모로코 등 7개 국가와 팔레스타인에서는 민주주의하에서 경제가 안정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2018~2019년 조사 때보다 큰 폭으로 높아졌다.

민주주의하에서 경제 안정이 어렵다는 여론조사 결과 [아랍 바로미터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3년 전 조사 대상이 아니었던 모리타니와 이번 조사에서 관련 설문 항목이 빠진 이집트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아랍 바로미터의 마이클 로빈스 국장은 "민주주의는 완벽한 정부 형태가 아니며, 모든 것을 고치는 만능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이 지역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그들이 가진 시스템에 좌절하는 모습을 본다"고 덧붙였다.

또 조사가 이뤄진 모든 국가에서 정부의 형태보다는 정부 정책의 효율적 집행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응답 비율이 61∼79%로 높게 나타났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규정도 바꾸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문항에는 이라크(87%), 튀니지(81%), 레바논(73%), 리비아(71%), 모리타니(65%), 수단(61%), 요르단(53%), 팔레스타인(51%) 응답자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민주화 지수 순위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이스라엘이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튀니지와 모로코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가 혼합된 '혼합형'(hybrid)으로, 나머지는 모두 권위주의적(authoritarian) 정권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많은 시민이 희생된 2011년 아랍의 봄 시위가 있었던 국가 중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건 튀니지뿐이었다.

그러나 튀니지마저 민주적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최근 민주주의 원칙을 뒤흔드는 헌법 개정 추진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한편, 아랍 바로미터는 다수의 걸프 지역 국가들은 면접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쿠웨이트와 알제리의 조사 결과는 집계가 늦어져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일부 국가에서는 법과 문화적 이유로 설문 항목 일부가 제외되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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