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설계' 홍장표 사퇴 수순.."KDI는 정권나팔수 아냐"(종합)

한종수 기자,이철 기자 2022. 7. 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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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압박한 한덕수 총리 향해 "크게 실망, 내 의견에 귀 닫으면 떠날 것"
"자율·중립 보장 위해 법률로 원장 임기 정해"..'尹 재벌 감세'에 쓴소리도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뉴스1DB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이철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6일 현 정부의 사퇴 압박에 불편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떠날 뜻을 내비쳤다.

이날 홍 원장은 본인을 두고 '우리랑 달라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며 정리한 2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을 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심경을 밝혔다.

홍 원장은 이 입장문에서 "국책 연구기관은 정권과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은 없다"며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고 제 거취에 대해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적었다.

지난달 28일 한 총리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윤석열 정부의) KDI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홍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을 넘어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 원장은 "총리께서 저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실 무렵, 감사원이 KDI에 통보한 이례적인 조치도 우려된다"며 "만약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생각이 다른 제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며 사퇴를 전제로 한 표현을 쓴 뒤,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재차 사퇴 암시를 했다.

KDI 측은 '홍 원장의 입장문이 사퇴를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사의 표명은 아니다. 사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면서 "다만 총리의 생각이 바뀌기를 간청하는 뜻을 담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봐달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국무총리실 제공) 2022.5.25/뉴스1DB

거취 논란에 휩싸인 홍 원장이 이번 입장문에서 공을 한 총리쪽으로 넘긴 모양새가 됐지만 결국 사퇴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한 총리의 사퇴압박 발언이 번복될 여지는 없어 보이고, 이날 홍 원장의 입장 표명으로 현 정부와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치권의 압박 수위만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홍 원장에 대해 "이분이 소득 주도 성장으로 대변되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의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DI 원장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잖아도 홍 원장은 이미 휴직 중인 부경대에 2학기 강의 개설을 신청해놓은 상태여서 사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고, 사퇴 시점은 개강 전인 7~8월 중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홍 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미흡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민간주도성장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핵심 축으로 한 이윤주도성장"이라며 "대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주고 임금은 억제해서 이윤을 늘려줘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지난 10년 전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표방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다르지 않다"며 "당시 이명박 정부도 적절하지 않은 정책임을 경험하고 이후 정책 기조를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으로 전면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홍 원장은 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의회 연설에서 '감세를 통한 낙수 경제학은 작동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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