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팬덤은 민주주의의 적..'민주당판 국민청원' 만들겠다"
"김해영도 박지현도 품을 수 있는 민주당 만들 것..3선 이상 무조건 배제는 '정치 혐오', 대안 있다"
(시사저널=구민주·김종일 기자)
'97그룹'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과 악으로, 민주와 반(反)민주로 가르는 이분법적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계파를 뛰어넘어 당 통합을 이루고, 민생을 위해서라면 정부·여당과도 손잡는 '신뢰의 정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7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혐오를 기반으로 한 배타적 팬덤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라면 이들과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에 대해선 "계속 백팔번뇌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젠 빠르게 결단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우선 왜 '강병원 당대표'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
"지금 국민들은 민주당을 향해 '또 친문과 친명은 계파싸움이나 하겠지' '586으로 상징되는 낡은 세계관이 당을 지배하겠지' 하는 우려가 크다. 이를 '계파 싸움 안 하네?' '젊고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정치를 하네?'라는 기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저 강병원이라고 확신한다. 저는 익숙한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왔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시절 이념과 폭력 중심의 학생운동을 합리적으로 바꿔냈고, 당 대변인 시절 기자들과 바닥에 함께 앉아 소통하며 '바닥대변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시대변화를 읽고 다시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다."
강병원의 민주당에선 당장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국민의 삶을 위해 여야가 손잡고 지혜를 모으는 정치를 보여줄 것이다. 소모적인 정쟁이 아니라, 지금의 복합적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돼야 한다. 전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고만 얘기하지 않겠다. 정부·여당을 공격만 하는 야당대표가 아니라 민생을 위해서라면 협력해 위기를 넘기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
어떻게 협력해나갈지 조금 더 설명해 달라.
"당대표가 되면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지혜를 모을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2020년 우리 당이 단독으로 국회에서 '임대차3법'을 통과시켰다. 임차인의 권리 강화를 위한 법이었다. 그로 인해 후과(後果)도 많이 치렀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정부가 '상생임대인제도'를 도입해 우리 법을 보완했다. 임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당초 법을 추진할 당시 여야가 서로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고 머리를 맞댔다면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만족하는 안으로 합의 처리됐을 것이다. 법 통과 후 우리 당이 겪었던 여파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협력을 왜 못하겠나. 충분이 해낼 수 있다."
"당내 쓴 소리 해준 김해영에 미안함 전했다"
출마 후 첫 일정으로 봉하마을 행을 택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참배할 때마다 여전히 눈물이 날 만큼 특별한 마음이 있다. 당대표 출마라는 큰 정치 행보를 출발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찾았다. '제가 사고 쳤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여쭤봤다. 대답은 안 하시더라(웃음)."
이어 부산에 들러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과 만난 것도 눈길을 끌었는데.
"김 전 의원에겐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었다. 20대 국회 당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해줬던 그 용기가 고마웠고, 또 그때 제가 '친문'으로 분류되면서 그와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던 데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다. 앞으로 우리 당은 특정인에게 매몰돼 국민의 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김해영을 품고 박용진을 품으며 박지현(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조만간 호남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37.7%라는 엄중한 투표율을 보여준 호남(광주) 민심을 경청하려 한다. 우리 당으로선 끔찍한 투표율 아니겠나. 사실상 우리 당을 포기하셨던 것인데 주민들 쓴 소리를 날 것 그대로 들어보려 한다."
"민주당 국민청원 신설, 문자폭탄 대안될 것"
당내 팬덤 정치 논쟁이 치열하다. '배타적 팬덤'에 대해 이미 문제 제기한 적 있는데.
"팬덤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정치인)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 '배타적 팬덤'이 문제다. 온갖 혐오표현을 하고 좌표를 찍어 문자폭탄을 가하는 이러한 팬덤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당내 혁신과 통합을 위해선 우선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돼야 하는데 그걸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향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양념'이라고 표현했고 이재명 의원은 '세계사적 현상'이라고 추켜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달랐다. '노사모'가 배타적이진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전국 노사모 대표를 모아 '이제 개인 노무현은 버리고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고 말했다. 팬덤의 수혜자, 즉 정치 지도자라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배타적 팬덤과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
어떻게 이 갈등을 해소할 계획인가.
"지지자들의 정치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판 국민청원'을 신설하려 한다. 당원 중 누군가가 의견을 게시판에 올리고, 글에 대한 추천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일주일 내에 지도부에서 공식 논의한 후 답변을 전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문자폭탄으로 압박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방식으로 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의원의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많다. 당내 '이재명 역할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인가.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큰 선거를 연이어 졌다. 이때 정치지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성찰이다. 성찰하면서 경청한 후 빠르게 결단할 줄 알아야 한다. 백팔번뇌까지 가면 안 된다. 본인에 대한 여러 평가 속에서도 출마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빨리 밝혀야 한다. 그리고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선거 패인은 어떻게 분석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의원은 선거 패배 후 '부덕의 소치였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의원 측에선 '당 대표 출마가 곧 책임 정치'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출마하는 것이 책임 정치라…. 제가 생각하는 '책임'과는 정의가 다른 것 같다. 정치권의 문법은 분명 아니다. 많은 분들이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는 이유는 당이 또다시 계파싸움에 매몰돼 정당으로서 신뢰를 잃게 될까 우려돼서다. 이런 얘기들을 귀 담아 들어야 하는데 어떤 분들의 말만 경청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만일 당 대표가 됐을 때, 현 정부의 이 의원에 대한 수사 압박이 거세지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부당한 탄압이라면 저부터 나서서 막아설 것이다. 빈총이라면 다함께 막아야 한다. 다만 우리 당이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감싸 안는 데 매몰되는 건 옳지 않다. 이 의원 역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방탄으로 쓰지 않을 거라 믿고 있다. 그렇게 당대표직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도 확신한다. 본인 스스로 당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당을 방패로 쓰지 않을 거라 믿는다."
일각에선 분당설까지 거론된다. 왜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고 생각하나.
"왜 분당 얘기가 나오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우리 당은 지금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지 않는 몰염치한 정당이 돼있다. 당장 염치를 찾는 일이 급한데, 계속 계파 싸움만 하고 대책 없는 정당이 돼버릴까 두려운 마음에 일각에서 분당 얘기까지 거론하는 것 같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선당후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당이 죽고 난 후 개인이 무슨 뜻을 펼칠 수 있나. 이재명 의원도 당이 혁신과 통합을 이루는 길이 곧 5년 후 자신도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97그룹도 결국 586보다 10살 어린 것 뿐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했다. 97그룹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나.
"'당신들이 586보다 젊은 것 말고 또 뭐가 있어'라는 건 어찌 보면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지적하는 그들도 97그룹보다 나이가 조금 더 적은 것 말고 과연 뭐가 다른가. 지금 그들이 누구도 얘기 못하는 더 뛰어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지금 새로운 세대가 정치를 주도해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저를 포함한 97그룹이 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낡음을 새로움으로 바꿔낼 것이다."
"의원 3년차에 하위 20% 명단 공개할 것"
당대표가 되면 차기 총선 공천 원칙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우선 당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전횡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제어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다. 자신과 대척했던 이들을 혹 공천에서 배척해버릴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을 해소시킬 것이다. 특히 3선 이상을 공천에서 무조건 배제하라는 등의 극단적인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다. 3선 이상이라고 해서 전부 개혁의 대상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일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보라. 서울 전역에 오세훈 바람이 불었는데도 꿋꿋하게 승리했다. 오래 살아남았다고 해서 배척하는 건 결코 개혁의 정답이 아닐뿐더러 이는 '정치 혐오'에 가깝다."
3선 이상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길,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4선으로 진입하는 허들을 높이면 된다. 허들이란 중진들에게 도전하는 정치 신인들에게 더욱 과감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에 앞서 모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임기 3년말 쯤 의정 평가를 시행하고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선거를 1년 정도 앞두고 하위 20%를 공개하면 이들이 속한 지역으로 더 많은 신인들이 뛰어들 것이다. 3선 이상을 전부 솎아내는 마이너스의 정치보다, 이들에게 도전하는 신인들에게 발판을 대주는 플러스 개혁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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