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패 탈락' 여자배구, 협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이준희의 여기 VAR]

이준희 2022. 7. 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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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이 귀국했다.

대표팀은 5월31부터 7월17일(현지시각)까지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에서 대회 역사상 최초로 12전 전패(승점 0)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2경기 동안 겨우 3세트를 따냈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34) 등 주축 베테랑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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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여자배구 대표팀 박정아가 지난달 2일(한국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첫 경기 일본과 맞대결에서 공격하고 있다. VNL 제공

여자배구 대표팀이 귀국했다. 대표팀은 5월31부터 7월17일(현지시각)까지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에서 대회 역사상 최초로 12전 전패(승점 0)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일구고 금의환향했던 지난여름과 달리 성적표가 초라하다.

2024 파리올림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올림픽은 세계랭킹이 출전 여부를 좌우한다. 따라서 국제대회 성적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12경기 동안 겨우 3세트를 따냈다. 승점 1을 확보할 수 있는 풀세트 패배(2-3)마저 없었다. 그 사이 세계랭킹은 14위에서 19위로 떨어졌다.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최대 맞수로 꼽히는 일본은 첫 경기에서 한국을 3-0으로 완파하더니 내리 8연승을 달렸다. 이후 연패를 겪기도 했지만 8승4패(승점 25)로 5위에 올랐다. 중국 역시 8승4패(승점 26)를 거두며 4위에 자리했다.

지난여름만 해도 한국은 이들보다 나은 위치에 있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패하며 탈락했고, 중국 역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일본(10위)과 중국(9위)은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이유는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34) 등 주축 베테랑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세대 교체를 하는 과정이기에, 어느 정도 부진은 모두가 예상했다. 더욱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곤살레스 세자르 감독도 팀과 호흡을 맞춰볼 겨를도 없이 실전 무대에 올라야 했다.

배구계는 일단 단기 처방을 내놨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여자 대표팀에 1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세계랭킹을 높이기 위해, 2023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대회 국내 유치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한 지금 상황에선 분명히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장기 계획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당시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비록 결과는 안 좋았지만, 풍부한 젊은 유망주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일본배구협회가 체계적으로 진행해온 계획이 만든 성과다. 반면 한국은 그간 선수들을 혹사하면서, 눈앞에 있는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급급했다.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지난여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배구협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특히 경기 상황이 어려울 때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귀국 때 협회 관계자는 그림자도 찾기 어려웠다. 당연히 원인 진단과 향후 계획을 들을 기회도 없었다. 대신 주장 박정아(29)가 “반성을 많이 했다”며 홀로 책임을 떠안았다. 도쿄올림픽 귀국 때는 환영 행사를 준비해 전면에 나섰다가 과도한 생색내기식 질문으로 사과까지 했던 협회다. “잘하면 우리 선수, 못하면 느그 선수”인 걸까.

‘참사’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몰린 수많은 팬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언제든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시간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협회가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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