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안경은 교도소 반입 금지"..법무부의 이상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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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다리 부분에 빨간색이 섞여 있어 지급금지 물품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홍성교도소에 사기죄로 수감된 미결수용자(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다.
그런데 홍성교도소장은 올해 1월 A씨 가족이 보낸 안경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안경은 옷과 달리 크기가 작고 외부에 드러나는 면적도 작다"며 "색깔 때문에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이 해쳐진다고 볼 수 없고, 물품의 '가격'이 아닌 색에 따라 위화감이 생긴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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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0월 홍성교도소에 사기죄로 수감된 미결수용자(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그는 교도소 입소 당시 쓰고 온 안경에 불편함을 느꼈고, 가족에게 원래 자신이 쓰던 안경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홍성교도소장은 올해 1월 A씨 가족이 보낸 안경을 돌려보냈다. 이유는 위와 같았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A씨가 낸 차입물품(안경) 지급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24일 A씨 손을 들어주며 홍성교도소장의 처분을 취소했다. 또 처분 근거가 된 법무부 예규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1항 별표3 부분이 “위헌·위법”이라고 했다.
현재 교도소 재소자들은 ‘빨강·노랑·파랑 안경’을 쓸 수 없다. 법무부 예규가 “안경테의 색상은 금색·은색·갈색·검은색 등 단일 색상으로 하고,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을 금지”한 때문이다. 예규는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 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은 전달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조항이 “어느 모로 보더라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경은 옷과 달리 크기가 작고 외부에 드러나는 면적도 작다”며 “색깔 때문에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이 해쳐진다고 볼 수 없고, 물품의 ‘가격’이 아닌 색에 따라 위화감이 생긴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색이나 갈색과 노란색 계열 안경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해당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지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수용자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아직 ‘빨간 안경’을 돌려받지 못했다. 법무부가 항소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빨간 안경 금지 조항’은 유효하다.
법조계에서는 “불필요한 소송을 이어 가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민변 공익변론센터 서채완 변호사는 “색상 제한의 목적 자체가 굉장히 불분명해 항소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 사법적 판단을 늦추면서 수용자의 인권을 즉각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재소자 소지 물품을 과도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4월 교도관이 재소자의 사진첩을 회수한 사례에 대해 “막연히 자살·자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가족사진이 대부분인 사진첩을 회수한 것은 기본권 침해행위”라고 했고, 지난 2월에는 교도소장이 허가할 수 있는 물품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하는 방법으로 형집행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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