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현실화할까 '전전긍긍'

김혜리 기자 2022. 7. 6. 16: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

중국 생활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일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돼지사육업체와 도살업체 등 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돼지 생산 능력은 전반적으로 적절한 수준이며 수요도 많지 않아 돼지 가격이 지속해서 큰 폭으로 오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업체들에 돼지고기를 정상적으로 출하하고 재고를 쌓아두지 말라고 주문했다. 또 시장 감독을 강화해 가격 담합이나 허위사실 유포 시 엄벌할 것이라면서 전략 비축육을 시장에 내놓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 밝혔다.

중국 당국이 돼지고기 가격 인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돼지고기가 소비자 물가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품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량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주요국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중국이 안정세를 보인 이유로 돼지고깃값 약세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봉쇄 완화·경제 회복으로 소비는 늘었지만,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사료 가격도 오르자 부담을 느낀 양돈 농가들이 돼지 처분에 나서면서다. 한 달간 남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돼지 출하가 막히면서 도축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돼지 가격이 오르자 추가 상승을 기대한 농가들이 출하를 미룬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 결과 중국 내 돼지고깃값은 지난 4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전국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kg당 24.55위안(약 4780원)으로, 전 주 대비 12.9% 급등했다. 중국 다롄상품시장에서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8% 올라 t당 2만2695위안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중순 저점 대비 40% 넘게 뛴 셈이다.

중국 안팎에선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의 5월 CPI 상승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2.1%로 당국이 연초 설정한 목표인 3% 이내에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경제 전문가인 양웨이민 전국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임은 “돼지고기 가격은 현재 전환점을 맞았다”면서 “또 새로운 상승 국면을 맞이해 CPI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하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물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생 불안에 대한 공포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 천위루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우리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갑문을 잘 통제하는 가운데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푼다)을 하진 않음으로써 인민들의 지갑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