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빚투 안 갚아도 된다고?.. 개인 회생 신청하는 2030 급증

류재민 기자 2022. 7. 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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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변제금 총액서 손실금 제외' 결정 이후 문의 봇물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2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2월 소액으로 가상화폐(코인)를 샀다가 재미를 본 뒤 카드 대출을 2000만원 받아 본격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코인 가격이 폭락해 손실을 봤다. A씨는 추가로 현금서비스와 저축은행 대출을 3500만원 받아 이른바 ‘물타기(가격이 떨어질 때 추가로 사서 평균 매입 가격을 낮추는 투자법)’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80% 넘는 돈을 날렸다. 그는 “어느새 갚을 수 없는 빚더미만 남았다”며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식당을 하는 30대 B씨는 남편이 아파서 홀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줄자, 부족한 생활비를 채우려는 생각에 대출금을 합쳐 코인과 주식에 1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한 코인이 휴지 조각이 되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변호사에게 개인 회생 상담을 받고 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초저금리 환경에서 급등했던 코인 가격이 올해 폭락하면서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했던 20·30대들이 회생 절차를 밟기 위해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코인·주식 등의 투자로 생긴 손실을 회생 절차 때 사실상 탕감해주기로 결정하면서 코인 투자에 실패한 청년들의 회생 신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회생법원 전경./뉴스1

◇코인 투자 실패한 2030, 회생 법원으로 몰린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코인 가격이 폭락했던 올해 1~5월 개인 회생 접수가 3만45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2947건)보다 1600건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회생 신청이 대부분 20·30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시형 법무법인 선경 변호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의 채무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개인 회생 수는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며 “갑자기 개인 회생 접수 건수가 늘어난 것은 투자에 실패한 젊은이들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회생법원의 판사들과 개인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코인 투자에 실패해 회생 절차를 밟는 20·3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회사원 C씨는 카드 빚 2500만원으로 코인 투자를 했다가 대부분을 날렸고, 저축은행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가 더 큰 돈을 잃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을 찾은 C씨는 “성실했던 회사원이었는데 지금은 빚만 늘린 끔찍한 남편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이서영 법무법인 에이파트 변호사는 “지난해 초까지 20대의 대부분은 신용카드 돌려 막기를 하다가 빚이 늘어난 경우”라며 “최근엔 절반 정도가 코인 투자 실패로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인데, 최근 2년 동안 세 배 정도 늘었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회생을 신청한 사유별로 따로 통계를 내지 않지만, 코인 투자 실패로 법원을 찾는 청년들이 급증했다는 점은 확실히 느껴진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코인 빚은 안 갚아도 된다고?”…서울회생법원 지침 논란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코인 투자 실패로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청년들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1일부터 코인·주식 등의 투자로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쉽게 개인 회생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개인 회생은 채무자가 자신의 소득으로 일정 기간 빚의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 빚은 면제받는 제도다. 종전까지 법원은 코인에 투자한 원금을 채무자의 재산에 포함시켰고, 빚이 재산보다 많을 경우에만 회생 절차 개시를 허용했다. 또 대출받아서 코인 투자로 날린 돈도 채무자가 갚아야 할 돈에 포함됐다. 예컨대 1000만원을 대출받아 코인에 투자했다가 900만원을 날렸다면 원금 1000만원 전체를 재산으로 판정하고 빚 갚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는 손실금 900만원이 재산에서 빠지기 때문에 회생 절차로 들어가는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인터넷 코인 투자 카페 등에는 법원 지침을 비판하는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 “대출받아서 투자한 사람만 구제해 주고 자기 돈으로 투자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거나 “빌린 돈 다 날려도 안 갚아도 되니 이 시점에서 (코인 투자에) ‘올인’할 만하지 않나” 같은 내용이다. 또 이 지침이 서울회생법원에만 적용된다는 점이 논란이 되면서 “서울 살면 돈 빌려서 코인 했다가 실패해도 대출금 안 갚아도 된다는 것이 사실인가” 같은 문의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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