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라는 韓총리에..홍장표 "국책硏, 정권 아닌 국민만 보고 연구해야"

홍장표, 한총리에 공개 반박
"제 거취 발언에 크게 실망
총리가 귀를 닫겠다면
원장으로 남을 이유 없어"
정부에 날세우고 사퇴 수순

홍장표 KDI 원장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자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발언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실망했다"며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중립성과 원장의 법정 임기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KDI 원장으로 더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현 정부에 대해 더 강도 높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사실상 사퇴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6일 홍 원장은 '총리 말씀에 대한 입장문'에서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다면서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을 넘어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총리께서 연구의 중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의 취지와 달리 '같이 갈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한 것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총리께서 KDI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발언했다.

홍 원장은 "지난 문재인정부 시절 총리께서 소중한 조언을 주셨지만 이번에는 제가 KDI 원장으로서 조언을 드릴 차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며 사퇴할 생각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한 총리 발언에서 시작된 홍 원장의 거취 문제가 정치권의 사퇴 압박으로 확대되자 이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홍 원장은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며 "부디 다름을 인정하시고 연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홍 원장이 공을 한 총리쪽으로 다시 넘긴 모양새가 됐지만 결국 사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홍 원장의 입장 표명으로 전 정부에서 선임된 국책연구기관장과 현 정부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된데다 현 정부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이미 휴직 중인 부경대에 2학기 강의 개설을 신청해놓은 상태로, 사퇴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KDI 관계자는 "(이날 입장문은) 아직 사의 표명은 아니다"라며 "총리의 발언에 대한 본인의 입장과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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