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속 '투명 디스플레이'..우리 옆으로 성큼 다가왔다
2030년까지 해마다 두 배씩 성장 12조원 신시장 열릴 전망
#1. 2002년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인공인 존 앤더튼은 예비 범죄자를 찾기 위해 투명 디스플레이로 범죄 장면을 분석한다.
#2.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를 제작할 때면 투명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토니 스타크가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의 도움을 받아 투명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며 아이언맨 슈트를 설계하는 장면에서 그의 기술적 천재성이 더 부각된다.
유명한 SF·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두 영화의 배경과 설정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는 단골 소재입니다. 미래 시대 또는 앞선 기술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투명 디스플레이만 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 기술로 생각했던 투명 디스플레이가 현실이 됐습니다. 디스플레이 기술 발달로 유리처럼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속속 개발돼 주변 곳곳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투명 디스플레이도 종류가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투사형 디스플레이와 투과형 디스플레이로 나눌 수 있습니다. 투사형 디스플레이는 별도 디스플레이 없이 영상을 표현할 투명한 스크린에 빛을 투사해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자동차 앞유리에 속도 등을 표시하는 HUD가 대표적입니다.
투과형 디스플레이는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 자체를 투명하게 만들어 화면 뒤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투과형 디스플레이입니다.
투과형 디스플레이는 투명 LCD(액정표시장치)와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나뉩니다. LCD는 패널 뒤에서 빛을 비춰주는 백라이트(후면광판)라는 부품이 별도로 필요하고 빛이 액정, 편광판 등 다양한 부품을 거치면서 투과율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시광선이 얼마만큼 화면을 통과하는지를 뜻하는 투명도가 10%대에 불과해 사용처가 제한적입니다.
OLED는 화면의 가장 기본 요소인 화소(픽셀)가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입니다. 백라이트 및 각종 광학시트류 등이 필요 없어 더 얇고 가볍고 뛰어난 화질을 제공합니다. 투명 OLED는 이런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로, 화소 스스로 빛을 내 구조적으로 투과율을 높이기에 유리합니다. 또 부품 수가 적어 투명도 높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최적의 기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투명 OLED를 생산하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합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대형 OLED를 양산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투명도 40%급의 55인치 투명 OLED를 상용화했습니다. 유리창 투명도가 70%대인 것을 감안하면 투명도 40%는 꽤 높은 수치입니다.
투명한 소재 활용해야
일반적인 OLED는 발광층에서 내뿜는 빛을 사용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양극은 투명한 소재로 사용하고, 음극은 알루미늄 등 금속을 사용합니다. 화면의 한쪽이 금속으로 막혀 있으니 전원을 껐을 때 화면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투명 OLED는 양쪽 전극 모두 투명한 소재를 사용해 화면 뒤 사물도 볼 수 있게 만든 디스플레이입니다. 일부 금속을 아주 얇게 펴면 투명해지는 성질이 있는데, 주로 이런 소재를 음극으로 사용합니다. 화면 앞뒤로 투명한 소재를 사용했기에 전원을 꺼도 화면 뒤쪽이 훤히 보이게 됩니다.
투명도와 전극의 저항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투명도를 높일수록 필요 전압이 높아지고 발열이 심해져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투명도를 높이면서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입니다.
박물관·지하철 등에 유리 대신 투명 OLED…LGD "공간 패러다임 바꿀 것"
투명 OLED는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높으면서도 얇고 가볍습니다. 주변이 밝은 환경에서도 화면이 선명하게 보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분석입니다. 쇼핑몰, 사무실, 지하철 등 일상 속에 투명 OLED가 적용된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박물관이나 기업 홍보관에선 유리벽 대신 투명 OLED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와 전시품을 동시에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시각 효과가 뛰어나 관람객이나 방문객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전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형 경기장 VIP 라운지에서는 경기를 관람하며 선수와 경기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원, 호텔 서비스 데스크 등에서도 상담과 함께 투명 OLED에 나타나는 다양한 시각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것이고요. 교육 현장에서는 투명 OLED 전자칠판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이 직접 눈을 마주치며 상호 소통하는 강의를 할 겁니다.
투명 OLED는 지하철 창문과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광고, 지하철 정보, 뉴스와 날씨 등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디스플레이로 바꿔줍니다. 지하철 창문의 콘텐츠와 창밖의 풍경이 함께 펼쳐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입니다. 스크린도어를 통해 실시간 뉴스와 날씨 정보, 광고 콘텐츠를 보며 지하철을 기다리는 일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동차나 택시에서는 넓은 투명 파티션으로 콘텐츠 감상, 인터넷 검색, 온라인 미팅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유리창에 부착된 투명 OLED를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밖에 사무실에서는 유리벽 대신 설치된 투명 파티션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무 공간 한쪽을 차지하던 TV나 모니터는 자연스럽게 없어져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 허브 공간은 투명 OLED가 탑재된 블록 파티션을 활용해 플렉서블 워크 플레이스로 변신합니다. 블록 파티션을 조합해 아이디어 보드로 쓰다가, 때로는 요가 클래스 공간으로, 명상 음악과 무드 영상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로 자유롭게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연구조사에 따르면 세계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원대에서 2025년 3조원대, 2030년 12조원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투명한 화면이 전에 없던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어 미래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높은 활용도를 바탕으로 건축, 인테리어, 모빌리티 등 분야에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명 OLED는 디스플레이 영역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공간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리=정지은 기자
도움말=LG디스플레이 투명사업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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