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총탄 쏟아지던 그 날.."날 따라 오세요" 손내민 영웅들이 있었다
미국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도중 들려온 선명한 총성. 남녀노소가 평화롭던 현장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가득 찼다. 옥상에 숨어 총을 겨눈 범인이 만든 비극이었다. 그러나 아수라장으로 변한 그곳에도 영웅은 있었다. 살기 위해 달아나던 시민들에게 손을 내민 또 다른 시민이었다.
5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사건 당시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낯선 이들을 구한 숨은 영웅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그중에는 퇴직 간호사인 64세 여성 케런 브리튼도 있었다. 그 역시 전날 오전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구경하기 위해 집 앞 거리로 나왔다. 그렇게 10여분이 흘렀을까, 총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브리튼은 깜짝 놀랐지만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그리 멀지 않은 자신의 집까지 달릴 채비를 했다. 단,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어린 자녀들과 함께 숨을 곳을 찾던 여성이 눈에 들어왔고, 이 가족에게 다가간 브리튼은 말했다. “빨리 나를 따라오세요.”
당시 브리튼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집으로 데려온 이들은 30명이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도, 총격범의 위치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일이었다. 브리튼은 경찰이 범인을 붙잡고 현장이 정리될 때까지 사람들을 집에 머물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4시간 동안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허기를 달래게 했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건네거나 디즈니 영화를 틀어주기도 했다.
사실 이날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브리튼뿐만이 아니었다. 하이랜드파크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집을 대피소로 이용하게 했고 수 시간 동안 사람들을 보호했다. 브리튼의 이웃이자 현직 교사였던 샤론 나로드와 캐롤 밀러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각각 15명의 사람들을 데려왔고 먹을 것을 제공했다. 퍼레이드 행렬 바로 옆 건물에 살았던 에이미 호만도 어린 아이를 안은 부부를 집으로 들였다.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사라 샤그(39)는 “수호천사가 나타난 줄 알았다”며 그 순간을 회상했다. 브리튼은 “처음 보는 낯선 이들이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고 도왔다”며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많았고 난 그저 ‘함께 가자’면서 이끌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우리 모두 처음에는 모르는 사이였지만 헤어질 때는 포옹을 나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7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당했다. 용의자 로버트 크리모(22)는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수사 당국은 크리모가 몇 주 전부터 범행 계획을 세웠으며 총격 후 여장으로 정체를 숨긴 채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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