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주52시간 이행 잘 되나 물었더니 부서별 평가 엇갈렸다

노지민 기자 2022. 7. 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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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고 기자 경력 길수록 '주 52시간제 잘 운영되고 있다' 평가
언론사 주52시간제, 가장 만족도 높은 부서는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언론사에서의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연차와 직급이 높을수록 잘 이행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에 따른 직무 만족도 격차가 두드러져 더 효과적인 근로시간 배분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1일 발행한 방송문화연구(34권1호)에 ''주52시간 근무제' 이행 정도와 직무 만족도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평가'(이완수·양영유·신명환)를 주제로 한 논문이 실렸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1년여 지난 시점이었던 2019년 10월17일~10월28일, 기자 373명(3935명에게 요청, 응답률 10.43%) 대상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뤄진 연구 결과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는 분분했다. 제도가 규정대로 잘 이행되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중립'을 택한 응답자가 36.5%로 가장 많고 '부정' 응답이 34.0%로 뒤를 이었다. '긍정' 평가는 29.5%에 그쳤다. 반면 제도 도입 이후 직무수행에 만족하냐는 질문에는 '긍정' 응답률이 46.4%로 '중립'(27.6%)이나 '부정'(26.0%) 평가를 앞섰다.

▲국회의장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취재진.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나이가 많고 기자로서의 경력이 길수록 '주 52시간제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제도 이행에 대한 평가를 5점 척도로 물어봤더니 50~59세가 3.18점으로 가장 후한 점수를 줬다. 40~49세(2.97), 30~39세(2.72), 20~29세(2.56) 등 연령대가 낮을수록 점수가 낮아졌다. 직급별로는 간부급 기자들이 3점을 준 반면, 평기자들의 점수는 2.72점에 그쳤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경험과 문화에서 찾았다. 과거에 비해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간부급 기자들과 매일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선 평기자들의 생각이 다를 것이라는 해석이다. “개인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상대적으로 컸을 것이라는 추측도 더했다. “뉴스를 일선에서 직접 제작, 생산해야 하는 젊은 기자 직군일수록 주 52시간 근무제 이행이 기대만큼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사 유형별 주52시간제 이행 평가는 방송사(2.96)가 가장 높고, 신문사(2.73), 뉴스통신사(2.64), 온라인매체(2.50) 순이었다. 방송사는 인력이 많아 상대적으로 교대근무, 유연근무가 용이한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동강도가 강했던 방송·신문사 구성원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많은 변화를 체감했다는 해석이다.

▲주 52시간 이행 정도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출처='주52시간 근무제' 이행 정도와 직무 만족도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평가: 인구사회학적 속성과 직무조건에 따른 인식 비교를 중심으로(이완수·양영유·신명환), KBS공영미디어연구소 '방송문화연구'

주 52시간제 평가가 가장 갈리는 기준은 '부서'였다. 제도 이행에 대한 평가는 편집부(3.28), 스포츠부(3.00), 국제부(2.92), 사회부(2.82), 정치부(2.69), 경제부(2.57), 문화부(2.43) 순으로 높다. 만족도는 역시 스포츠부(3.67)·편집부(3.44)가 높은 가운데 경제부(3.35), 사회부(3.18), 정치부(3.10), 국제부(3.04), 문화부(2.36) 순으로 나타났다. 문화부는 주52시간제에 대한 이행 여부나 만족도 모두 부정적 평가를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문화부 기자들은 공연·예술이 주로 밤 시간대와 금·토·일과 같은 주말에 몰려 있어 기계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이 원인으로 여겨진다”며 “직무 만족도가 높았던 문화부 소속 기자들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이후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경·사'(정치부·경제부·사회부)로 불리며 주요 부서로 꼽히는 곳의 구성원들은 전반적인 만족도가 낮다. 그중에서도 매일 정당, 국회 등 일정을 맞춰 취재해야 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낮은 만족도가 눈에 띈다. 사회부 또한 업무 일정이 불규칙하다는 점에서 직무 만족도가 높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주 52시간 도입 이후 부서별 기자들의 직무 만족도 분석 결과. 출처='주52시간 근무제' 이행 정도와 직무 만족도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평가: 인구사회학적 속성과 직무조건에 따른 인식 비교를 중심으로(이완수·양영유·신명환), KBS공영미디어연구소 '방송문화연구'

연구진은 “근로시간이 효과적으로 배분되지 않음으로써 직무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구성원들 간의 불만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조직 내 분위기는 기자들의 정서적 소진으로 이어져 취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국 뉴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여지를 낳는다”며 “근로시간 단축제의 실질적인 혜택을 상대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정치부나 사회부 기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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