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앤피] 박형주 "필즈상 허준이 더 나오려면 한국교육 바뀌어야"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우성 앵커
■ 방송일 : 2022년 7월 6일 (수요일)
■ 대담 :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앤피] 박형주"필즈상 허준이 더 나오려면 한국교육 바뀌어야"
◇ 김우성 앵커(이하 김우성)> 수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한국계 수학자가 처음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초중고 대학 석사까지 나왔고요. 미국에서 박사를 받고 교수로, 한국에서도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상의 의미 또 이 수학자의 성과, 무엇인지 역시 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수학자이시죠. 아주대 총장을 지내신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들어봅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이하 박형주)>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교수님 필즈상이 노벨상, 이렇게만 비유하니까 대단한 줄은 알겠는데 잘은 모르겠어요. 정확히 이 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좀 알려주시죠.
◆ 박형주> 노벨상에는 수학상이 없죠. 그런데 노벨상은 매년 주지 않습니까? 12월에. 필즈상은 4년에 한 번씩 줍니다. 그런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주고요. 특이한 것은 나이가 제한이 있습니다. 40세 이하여야 하는데요. 왜 이럴까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시는데, 정확히 취지가 쓰여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까지 쌓은 업적뿐 아니라 앞으로 쌓을 업적을 통하여 인류에게 기여하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돼 있습니다.
◇ 김우성> 결국은 미래에 더 가치를 두고 주는 상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 박형주> 맞습니다.
◇ 김우성> 교수님은 이제 나이가 지나셔서 안 되시는 건가요?
◆ 박형주> 네 저는 한참 지났습니다.
◇ 김우성> 교수님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부터 시작해서 세계 수학자들의 조직위원장,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허준이 교수님이 독특합니다. 보니까 학부 후배이신 것 같아요.
◆ 박형주> 저도 최근에 알게 됐는데 물리학과를 나왔죠. 물리천문학부를 나왔습니다.
◇ 김우성> 친분이 있거나 혹은 수학계에서 교류를 좀 하신 편인가요? 아직 신진학자라 좀 거리가 있으신.
◆ 박형주> 아니요. 오래전부터 각종 학회, 그러니까 골방에 숨어서 혼자 하는 수학자가 아니고, 사람들과 만나고 자기 수학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걸 굉장히 즐기는 분이에요. 그래서 각종 한국에서 하는 국내에서 하는 각종 학회에서 굉장히 자주 오셔서 당연히 자주 보았습니다.
◇ 김우성> 선배 학자이자 동료로서 바라본 수학자 허준이 교수, 어떤 분이세요?
◆ 박형주> 정말 아주 따뜻한 품성을 가진, 주위에 있으면 주위가 다 밝아지는 그런 사람이고요. 어제 라이브 인터뷰를 제가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했거든요. 현지와 연결해서 했는데, 그때 인사말을 해보라고 했더니 뭐라고 하냐 하면, 자기를 이렇게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이런 말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21세기 아마 최고의 수학자의 반열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 주위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그런 따뜻한 품성을 가진 학자입니다.
◇ 김우성> 본인은 수포자 소리도 듣고 중퇴도 하고, 또 여러 경로를 좀 구불구불 돌아갔는데, 결국 가장 빨리 왔다. 이렇게 아까 저희가 목소리를 직접 전해 드렸거든요. 오프닝 때. 교수님은 어떻게 이 말을 평가하십니까?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잖아요. 이분.
◆ 박형주> 그렇죠. 저도 사실은 그런 본인의 개인 사안은 그 전에는 알 기회가 없었다가 어제 여러 가지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시인을 꿈꾸다가 학교에서 좌절에 부딪히고 그것들이 가능하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좌절감을 겪다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그래서 검정고시를 거쳐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들어갔는데요. 대학에서도 적응을 못했다고 그래요. 그래서 3학년 1학기 때는 전 과목을 D, F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해도 나는 상관없어 이런 평범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굉장히 상처받고 그 뒤로 한 8개월을 사람들을 피하고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그러니까 굉장히 좌절감을 겪고. 그래서 뭔가 그동안 이게 잘 안 됐던, 그래서 새로운 걸 해봐야 되겠다. 이러면서 결국 수학을 찾게 된 것 같은데요. 저는 그래서 이게 제도권 우리 교육의 문제 아니냐라는 시각으로 이걸 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우리 교육이 이걸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공교육이 이런 천재를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공교육이 이탈한 것 아니냐라는 그런 관점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누구나 다 겪는 이런 좌절과 어려움의 과정 정도가 다르고 시기가 다른데, 이런 것들조차도 그런 전 과목을 다 낙제하고 이런 좌충우돌 속에서도 결국 길을 찾아나가는 게 가능한, 저는 그런 시스템을 우리도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교육 시스템에 오히려 저는 나름대로 희망을 봤다라는 그런 측면도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 김우성> 전 과목 낙제점과 또 수포자, 중퇴를 해도 결국은 세계적 학자로 될 수 있는 기회가 우리 교육 체계에 또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 주셨고요. 사실 저도 수포자라 기사를 여러 번 봤는데도 교수님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 필즈상 받은 게 10대 난제를 풀었다. 특히 조합 대수 기하학, 교수님이 다른 채널에서 설명하신 말에 이렇게 나와 있더라고요.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여러 가지 방법, 원칙을 원리를 찾아내는 거다라고 했는데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이게 어떤 성과인가요?
◆ 박형주> 사실은 저도 어제 직접 현장과 연결해서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물어봤어요. 조합론이라는 게 굉장히 역사가 오래된 분야인데도 조합론 분야에서 역사상 최초의 필즈상 수상자가 이번에 나온 거거든요. 그게 오래된 분야인데도 아직까지 필즈상을 배출 못 했어요. 이 분야가. 그런데 그래서 제가 한국에서 석사할 때만 해도 대수기하를 했는데, 미국 가면서 조합론으로 바꿨는데, 그래서 아니 처음부터 그러면 조합론 할 생각으로 거기에 간 거냐, 제가 어제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본인이 자기 유학 갈 때 자기는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조합론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그래요. 그런데 이제 갔더니 자기랑 친했던 사람들, 거기 가서 만나게 된 그런 친한 동료들이 조합론 분야 사람들이 많았나 봐요. 그런데 따뜻한 품성이다 보니 괜히 '나는 관심 없어' 이렇게 말하기가 어렵더래요. 말하면 듣고 그랬대요. 관심 있는 척했대요. 그런데 말을 하다가 듣다 보니까 자기네가 하는 무슨 그림그래프, 예를 들어서 지도 같은 거예요. 세계 지도 보면 인접한 나라는 다 다른 색깔로 칠해보자, 그러면 색깔 3개 가지고 전 세계에 칠할 수 있나? 복잡한 지도는 거의 안 돼요. 왜냐하면 당장에 충청남도, 충청북도, 서로 다르게 칠하고 오른쪽에 경상북도가 있으면 거기는 또 다른 걸 칠해야 하니까, 색깔 두 개 가지고는 안 되잖아요. 이런 식으로 그리다 보면 색깔 4개 가지고 전 세계 지도를 그리는 방법이 몇 개일까. 5개를 가지고, 이런 숫자가 쭉 나와요. 그래서 숫자가 나오는데, 이 숫자가 이상하게도 항상 점점점점 커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피크에 다다르고 다시 줄어들더래요. 이런 패턴을 조합론자들이 열심히 얘기하더래요. 듣다가 보니 자기가 대수기하에서도 항상 숫자들이 나오는 게 항상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그런데 신기하게도 증가했다 감소했다, 증가했다 감소했다, 이런 일은 안 일어나거든요. 그런 기하학이나 이런 데서는. 그게 하나의 미스터리인데요. 조합론에서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더래요. 그래서 '나 저거 봤는데' 본인이 그렇게 생각했대요. 자기가 한국에서 석사 과정 할 때 교수님이 맨날 저런 얘기를 해서 저런 현상이 대수기하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똑같은 얘기하고 있네, 이런 생각을 해서 그래서 본인이 표현하기를, 자기는 '문제는 뭔지 몰랐는데 답을 알고 있었다.' 그분은 그래야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대요.
◇ 김우성> 멋진 말이네요. '문제가 뭔지 몰랐는데 답은 알고 있었다.' 그만큼 정말 좌충우돌 다양한 경험이 이분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도 같습니다.
◆ 박형주> 그래서 그럴 수밖에 없는 표현인 걸 결국 대학원 들어가자마자 1년 차 때 증명했는데요. 그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필즈상을 받은 원동력이 됐거든요. 게다가 이게 저는 이런 것들이 연결의 힘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 분야만 계속 판 사람은, 예를 들어서 대수기하만 계속 파거나, 조합론만 계속 판 사람은 이런 패턴을 못 봐요. 그런데 대수기하도 어정쩡하게 하다가, 그다음에 또 조합론도 어정쩡하게 했더니, 양쪽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오는 걸 관찰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한 우물만 파지 말고 여러 우물 파라.
◇ 김우성> 시를 좋아하던 고등학생이 대수기하를 하다가 또 조합 분야로 가서 세계적인 난제를 풀고, 정말 대단하네요. 저희가 교수님이 계속 말씀하신 조합이라는 게, 고등학교 수학 과정에 있는 순열과 조합의 그 조합인거죠?
◆ 박형주> 맞습니다. 뭔가 새는 거.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정수론이라거나 이런 것은 굉장히 깊이 있는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보통 생각하고, 조합론은 수를 세는 거니까 아직 깊이 있는 수학이 아니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허준이 박사의 정말 두고두고 남을 큰 업적은 조합론이라는 분야가 아주 심각하고 심오하고 깊이 있는 학문의 단계로 올렸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저희가 사실은 최근에는 '수학과 출신들 돈 잘 벌어' 이런 표현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학은 학생들한테는 어려운 과목으로 남아 있고요.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이게 좀 약간 우리나라의 수학 인재들이 대단하긴 한데, 좀 그 격차를 좁혀야 될까요. 계단을 오르기 쉽도록 해줘야 될까요? 대안이 뭘까요. 교수님.
◆ 박형주> 저는 수학이 즐길 만한 것이라는 걸 결국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요.
◇ 김우성> 수학 교육에서도 수학을 즐길 만한 것이다.
◆ 박형주> 어제 허준이 교수는 자기 업적을 소개하는 동영상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고등학교 때는 표현할 수 없는 걸 표현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은 수학이 바로 그걸 가능하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말을 하는데요. 그러니까 자기 어린 시절의 꿈을 굉장히 돌고 돌아서 결국 본인이 구현한 거라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표현할 수 없는 걸 표현하는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방황이 길었던 것 같거든요. 저는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 너무 일찍부터 성적만을 기준으로 세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그러니까 그걸 기준으로 이 학생이 그러니까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이런 감격을 경험할 수 없었겠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그러니까 모든 학생이 동일한 난이도를 가진 수학을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멘토가 참 중요한 걸 다시 느껴요. 대학교 3학년 때 너무 좌절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고 본인이 낙제를 다 받으면서 그런 시기를 겪다가, 아마 수학에서는 전공을 바꿔보면 나으려나, 이런 기대로 수학과 어느 교수님한테 찾아갔던 모양이에요. 가서 내가 이렇게 학점도 다 낙제고, 그런데 보통은 그러면 그냥 해서 잘 졸업해라고 이렇게 아마 권할 수도 있겠는데, 그 학생이 어떤 재능을 거기서 깨닫고 이 학생을 따뜻한 말로.
◇ 김우성> 이끌어줘서 멘토링을 해주신거죠?
◆ 박형주> 결국 대학원 때 석사과정 지도 교수님이 하셨거든요. 이런 걸 보면 그리고 일본의 교수님이 이 학생에게 석학 방문 프로그램을 오셔서, 이 학생이 그걸 수학은 모르지만 찾아가면 항상 나랑 같이 산책하자고, 학교에 산책하고 점심을 사줬대요. 이런 것들이 저는 위대한 멘토의 중요성,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어린아이도 마찬가지인데요. 역할 모델이 필요하고 그리고 그들의 어떤 멘토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제도적으로 그러한 멘토와 역할 모델을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야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우성> 축구선수 손흥민 옆에는 또 아버지 손웅정 씨가 있었고요. 정말 멘토와 노력과 다양한 의지, 그리고 여러 가지가 정말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도 굉장히 많잖아요. 마치 전 세계 순위가 나오니까 민감해요. 중국 이겼냐, 북한이 이겼냐, 이런 거 나오는데, 그만큼 한국 수학 수준 세계적으로 높다. 이렇게 봐도 될까요.
◆ 박형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10년 전과 지금하고의 한국 수학의 본질적인 차이는 예전에 저희가 양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요. 저희가 한 세계 10위권 정도에 그 당시에 갔거든요. 하지만 정말로 수학 선진국 소리를 들으려면 세계 수학의 진보에 기여하는, 다시 말하면 질적인 어떤 가치가 있는 연구들이 나와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논문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그 나라가 수학 선진국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일단은 양적으로 어느 정도는 해보자라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난 10년 동안은 질적으로 세계 수학계에 큰 영향을 줄 만한 그런 질적인 연구들에 집중하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허준이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한 산물이라고 보고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안전하고 그냥 하면 결과가 나올 만한 문제를 예전에 했다면, 지금은 해도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는 그런 어려운 도전적인 문제를 하는 젊은 수학자들이 늘었다. 이게 본질적인 차이고 이런 변화된 상황에서는 제2 제3의 허준이가 나올 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우성> 정말 이 세계적인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할 만큼의 위치다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교수님 저희가 또 여러 가지 수학과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과학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한번 모셔서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형주> 예 고맙습니다.
◇ 김우성> 아주대 수학과 박형주 석좌교수였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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