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오피스텔 계속 잘 팔릴까.. 고민에 빠진 시행사들

연지연 기자 2022. 7. 6. 1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돈이면 아파트를 사도 되는데 왜 오피스텔을 사죠?”

강남권에 속속 들어선 최고급·초고가 오피스텔의 분양 판매 속도가 더디다. 기존에도 ‘완판(완전히 판매되는 것)’까지는 힘이 들었는데 최근엔 분양 관련 문의가 더 줄었다고 한다. 공급이 늘어난 데다 저금리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가들의 부동산 증여 열풍이나 저금리 기조에 따른 투자 수요를 노려 분양에 나섰던 것인데,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아무래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행사들은 현재 분양 중인 초고가 오피스텔 판매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분양에 나선 초고가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삼성’이나 ‘아티드’, ‘레이어 청담’ 등의 분양 추이에 따라 비슷한 새 사업을 벌일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초고가 오피스텔의 3.3㎡당 분양가는 1억을 넘어 1억5000만원 수준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시행업계 내부에서도 분양가가 거의 천장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 분양에 나섰던 초고가 오피스텔 일부는 여전히 잔여호실 분양에 나서고 있다. 강남 역삼동에 들어선 하이엔드 오피스텔 루카831이나 서초동의 엘루크 반포도 여전히 분양 홍보 중이다. 일부 시행사는 초고가 오피스텔 일부 물량을 한동안 떠안아 일단 임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장기 분양계획을 세워놓기도 했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완판(완전히 판매)’됐다고 홍보하는 초고가 오피스텔도 사실을 시행사가 물량을 가져가거나 도급사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행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오피스텔이 점차 흔해지는 느낌이 있어 시행사별로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최근 2~3년간 워낙 공급이 많았던데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오히려 최고급 오피스텔의 판매가 수월하던 시대는 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강남권 초고가 오피스텔은 주택 공급 부족, 규제 회피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몇년간 인기를 끌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을 이용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자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일차적으로 받았다.

자산가들은 자녀에게 초고가 오피스텔을 증여해줄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투자를 고민하기도 했다. 최근 강남 일대에서 분양한 초고가 오피스텔 판촉자료에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자녀 증여를 고민하는 50~60대 자산가가 주된 수요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오피스텔은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지 않기 때문에 계약금만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해주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음에 어필하라는 뜻이다. 오피스텔 계약금은 통상 1000만~1억원(펜트하우스) 수준. 만약 성인 자녀에게 부모가 계약금 1억원을 증여해준다면 기본공제금액 5000만원은 공제받고 500만원을 증여세로 내면 된다. 시행사에서 중도금 대출 등을 제공한다면 자산가들의 자녀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일단 자산을 취득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VIP 담당 PB는 “오피스텔 준공 이후로는 월세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게 하겠다는 계산으로 많이들 접근했다”면서 “전셋값 급등으로 오피스텔을 대체제로 찾는 사람이 늘고 고가 월세도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계산”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월 임대료 300만원이 넘는 고액월세 비중은 1.31%로 집계됐다. 2019년 고액월세 거래 비중은 0.51%, 2020년 고액월세 거래 비중은 0.7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 추세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주택 담보대출금리가 4%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빅스텝(금리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는 것)’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중이다.

분양 마케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는 고가 월세 계약이 수월하게 이뤄진다는 점까지 감안해 투자자를 찾을 수 있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분양투어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부동산 시행사들은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등을 피해 초고가 오피스텔을 지어 수익을 극대화하던 분위기였지만, 최근엔 그 수요도 다했다고 보고 다른 방향의 먹을거리를 찾는 시행사가 늘었다”면서 “초고가 오피스텔을 매수할 때는 나중에 임대 수요가 충분할 지 등을 반드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