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국 시카고 인근 총격 피의자, 몇 주 전부터 준비"..희생자 중엔 2살 아들 둔 부부도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2. 7. 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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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 파크 주민들이 5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이었던 전날 거리 행진에 나왔다가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 7명을 추모하고 있다. 하이랜드 파크|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 파크에서 독립기념일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총격범이 수 주 전부터 총과 탄약을 구매하고, 탈출을 위해 여장을 준비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희생자 중에는 걸음마를 배우는 2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아이는 남겨두고 숨진 30대 부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레이크 카운티 경찰 ‘주요 범죄 전담반’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전날 체포된 피의자 로버트 크리모 3세(21)가 벌인 총기 난사와 관련해 “공격을 몇 주 전에 미리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범행에 사용된 AR-15 소총과 유사한 소총을 비롯한 총기 5정을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크리모는 범행 당일 화재 발생 시 탈출용 비상 사다리를 이용해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그는 옥상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을 향해 총탄 70발을 발사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크리모는 여장을 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범행 현장에서 도망치기 위해 모습을 미리 바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크리모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인종, 종교 등 어떤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정확한 정보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30여명에 달하는 부상자 가운데 추가로 1명이 사망해 사망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일리노이주 소속 에릭 라인하트 검사는 크리모에게 1급 살인 혐의 7건을 적용해 기소했다면서 모든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하트 검사는 향후 크리모에게 수십건의 혐의가 추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모는 과거 타인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2019년에는 경찰이 가족의 신고를 받아 그의 집으로 출동한 적도 2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은 그의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해서였고, 다른 한번은 그가 가족 전원을 살해하려 한다는 가족의 신고에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두번째 출동 당시 크리모가 집에 보관하고 있던 흉기류 16점을 압수했지만 총기를 소지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정신적 문제와 공격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크리모가 합법적으로 다수의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는 젊은이들이 정신적 문제와 폭력 성향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해 다수를 쏴서 숨지게 한 일련의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가운데 6명의 신원도 공개했다. 30대에서 80대까지 모두 성인이었다. 특히 이리아나 매카시(35), 케빈 매카시(37) 부부가 2살짜리 남자 아이를 데리고 축제에 왔다가 아이를 남겨두고 숨진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로런 실바라는 여성이 총격 당시 죽어가는 남성 밑에 깔려 있는 남자 아이를 우연히 발견해 품에 안고 대피한 다음 부모를 찾으려고 수소문을 했는데 이 아이의 부모가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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