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협박부터 살인까지..코로나 이후 민원도 2배

이소현 2022. 7. 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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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웃 간 갈등 격화애 잔혹범죄로 확산 사례 잇따라
코로나19 이후 층간소음 민원 2배 수준으로 증가
"평성시 충동 조절 어려우면 의사소통 기술 살펴야"
"개인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돼…구조적 해결 필요"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 지난 4월2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이웃을 흉기로 위협해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68)씨는 아파트 1층 승강기 앞에서 이웃 B씨를 칼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B씨와 평소 층간소음 등 문제로 잦은 갈등을 빚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문제지만 갈등이 잔혹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정혜원 판사는 오는 22일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의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A씨 외에도 층간소음이 강력범죄로 번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에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윗집 80대 노인을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에서는 2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도끼를 들고 윗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여러 차례 파손한 혐의로 붙잡혔다. 이 남성은 범행 전 윗집 현관문에 '발소리 쿵쾅거리지 말아라' 등 욕설이 담긴 협박성 메시지가 적힌 메모를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벌어진 인천 흉기난동 사건도 층간소음이 원인이었다. B씨는 지난해 11월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아래층 주민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자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층간소음 민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다가 코로나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민원 접수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2만6257건이었던 민원 건수는 지난해 4만6596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년도인 2020년 4만2250건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경실련은 "층간소음 민원은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실내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민원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 이후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갈등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소음에 노출되는 물리적 시간이 늘다보니 예민해진 상태에서 갈등이 증폭돼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민원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다 갈등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의사소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상시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싸움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며 "그래서 욕설이 나가고 흉기가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주 건강한 분들도 있지만 평소에 조금 예민한 분들이 층간소음 문제를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부 활동을 찾아보도록 권유하거나 필요 시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 스스로 의사소통 기술을 살펴보고 치료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도 "이웃 간에 친분이 있으면 말로 해결이 되지만 아파트는 구조 상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고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얼굴을 못 본 상태에서 소리만 듣게 되면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만 가지고 상대방을 오해하게 된다"고 했다.

소음은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지만 오해가 쌓이다 보니 대부분의 소음을 보복 소음 또는 고의적 소음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층간소음 분쟁현황과 대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제공) 2022.07.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를 이웃간 분쟁 차원에서 해소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은 "지금까지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왔지만 이러한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건축공법 도입·확대 및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층간소음에 대한 법적 기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실련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현장에서의 층간소음 측정 결과 90% 이상이 법적 기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 2014년 법적 기준이 시행된 이후에도 관련 분쟁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n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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