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박물관, 해외서 고국 돌아온 문화재 40점 한자리

기사내용 요약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7일 개막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 10주년 기념전시
'열성어필'·'백자동채통형병' 등 첫 공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6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해외에서 환수해 고국에 돌아온 환수문화재들 전시하는 '나라밖 우리 문화재의 여정' 기획전 언론공개 행사를 갖고 환수 문화재를 공개하고 있다. 2022.07.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된지 올해로 10년째입니다. 2012년 7월 설립돼 지금까지 총 6개국으로부터 784점의 국외문화재 환수성과를 올렸습니다."

김계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은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7일부터 9월25일까지 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연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환수문화재 40여점을 선보인다.

김충배 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은 "그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진행한 사업성과를 고궁박물관에 제공했다. 고궁박물관은 전시 기획 및 운영을 총괄했다"며 "그동안 환수됐던 문화재 전체를 선보이는 건 불가능했다. 최근의 사례를 우선으로 하되, 국민들에게 소개가 덜 된 유물들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법을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는지를 소개하는데 신경썼다"며 "해외의 모든 문화재를 환수만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있는 장소(현지)에서 잘 보존·활용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계식 사무총장은 "그동안 고국으로 돌아온 해외 문화재를 보면, 근대기 외교자료부터 조선전기 국가지정 문화재급 회화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며 "내용별로 보면 기증 680점, 매입 103점, 영구대여 1점이다. 이 가운데 2점이 보물로 지정됐다. 그 밖에 환수된 문화재 가운데 지정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이 6일 공개한 해외 환수 문화재 '열성어필' (2022, 미국). 조선시대 왕들의 글씨(어필)를 모아 수록한 책으로 1722년에 간행되었지만 1725년에 새로운 어필을 추가하여 묶은 드문 형태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2022.07.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이 6일 공개한 해외 환수 문화재 '백자동채통형병' (2022, 미국). 백자 표면을 구리 안료로 장식한 병이다.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스탠리 스미스(Stanley Smith, 1876-1954)소장했던 것으로 국외 문화재의 반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2022.07.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열성어필'·'백자동채통형병' 등 환수문화재 첫 선

이번 전시에서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나전 매화, 새, 대나무 상자'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나전 상자다. 제작 수준이 높고 보존 상태도 양호해 국내에서 전시·연구 등의 활용 가치가 높다.

올해 3월 미국에서 환수한 '열성어필'과 '백자동채통형병'도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열성어필'은 조선시대 왕들의 글씨(어필)를 모아 수록한 책이다. 1722년에 간행됐으나 1725년에 새로운 어필을 추가해 묶어, 형태가 드문 유물이다. 백자 표면을 구리 안료로 장식한 병인 '백자동채통형병'은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스탠리 스미스(1876~1954)가 소장했던 것이다. 국외 문화재의 반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독서당계회도'(2022년 환수·미국), '면피갑'(2018년 환수·독일) 등 6건의 유물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독서당계회도'는 조선시대 관료들의 친목 모임을 기념해 제작한 그림으로, 참석자 명단이 기록돼 있다. 16세기 전반의 시대양식을 보여주는 실경산수화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 '면피갑'은 조선 후기 보병들이 입었던 갑옷으로, 국내에 남아있는 사례가 많지 않아 희소성이 높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이 6일 공개한 해외 환수 문화재 덕혜옹주의 '당의'(2015, 일본). 덕혜옹주가 어릴 때 입었던 것으로 국가의 작은 의식 때 착용하는 예복이다. 당대 최고 수준의 왕실 복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2022.07.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라밖 우리 문화재 21만4208점...한국전쟁 등 국외 반출 경위 다양

전시는 크게 '나라 밖 문화재', '다시 돌아오기까지', '현지에서'로 나눠졌다. 1부 '나라 밖 문화재'에서는 우리 문화재가 외국으로 나가게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1913년 일제가 유출한 후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2006년에 환수한 국보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전쟁 때 도난당했다가 2014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돌아온 국새 '황제지보, '유서지보' '준명지보'와 '백자동채통형병' 등도 선보인다.

신재근 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우리의 근·현대사 100여년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과 변화가 뒤섞인 시기였다"며 "우리 문화재가 나라 밖으로 나가게 된 사정은 다양하다. 구한말 서구열강의 침탈, 일제강점,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혼란기를 겪으며 우리 문화재는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유출됐다. 반면에 적법한 구입·기증·외교 선물·수출 교역 등을 통해 나가게 된 문화재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나라 밖으로 떠나게 된 우리 문화재는 21만4208점(올해 1월1일 기준)에 이르며,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대륙 25개 나라에 흩어져있다"며 "소장 정보가 온전히 공개되지 않는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나라 밖 우리 문화재는 알려진 것보다 많은 수에 이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시 돌아오기까지'에서는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소장기관에서 기증받아 환수한 '덕혜옹주 당의와 스란치마', 한국과 미국의 수사공조로 불법성을 확인하고 국내로 환수한 '호조태환권 원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덕혜옹주 당의와 스란치마'는 덕혜옹주가 어릴 때 입었던 것으로 국가의 작은 의식 때 착용하는 예복이다. 당대 최고 수준의 왕실 복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호조태환권 원판'은 근대적 화폐제도 도입에 따라 구화폐를 회수하기 위해 발행한 교환권의 인쇄 원판이다. 호조태환권은 실제로 유통되지는 못했지만 조선이 만든 최초의 근대적 화폐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현지에서'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국내로 환수되지 않더라도 머물고 있는 현지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한 그간의 성과를 다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지원했던 해외 소재 문화재의 보존처리 과정과 해외에 우리 문화재를 알리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의 조사연구 성과를 담은 책자도 읽어볼 수 있다.

국외 문화재, 어떻게 돌아올까...세계 문화재 유통시장 조사 후 경매로 매입

우리 문화재가 나라 밖으로 나가게 된 사정이 다양한 만큼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국외문화재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문화재 거래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국외 문화재의 존재가 확인되면 그 성격에 따라 대응방식도 달라진다. 불법·부당하게 반출된 문화재는 환수를 추진한다. 불법성이 확인된 유물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의 희소성과 문화재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 반환을 추진한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 부장은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세계의 문화재 유통시장을 상시 조사하고, 우리 문화재의 유통 경로를 수집하고 있다. 세계 경매 사이트 400여곳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사와야 될 만큼 값진 유물인지를 본다"고 밝혔다.

"그 결과 중요 문화재가 시장에 나오면 관련 기관 전문가 100여명과 이 정보를 공유한다"며 "평가를 거쳐 합리적으로 최고 응찰액을 정한다. 이 기준을 벗어날 경우에는 응찰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신재근 학예연구사는 "국외 문화재는 나라 밖으로 나가게 된 경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출된 문화재라면 그 불법성을 확인하고 환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경우라면 국내외 어디에서든 우리 문화재의 가치가 인정받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이 6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해외에서 환수해 고국에 돌아온 환수문화재들 전시하는 '나라밖 우리 문화재의 여정' 기획전 언론공개 행사를 열고 유물 '면피갑'(2018, 독일)을 공개하고 있다. 조선후기 보병들이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면피갑'은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이 조건 없이 우리나라에 기증하면서 2018년 돌아온 유물이다. 환수 당시에 잠깐 공개되었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이 보존처리한 후로는 이번에 처음으로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것이고, 면피갑의 안과 밖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복제품(사진 윗쪽)도 함께 전시된다. 2022.07.06. pak7130@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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