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수장 8개월 만에 회담.."우크라 관련 솔직한 대화할 것"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한다고 국무부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다양한 양자 및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블링컨 장관이 6~11일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오는 7~8일 발리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왕이 외교부장과 따로 만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 G20 정상회의 이후 8개월 만이다.
미국은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의 회담이 양국 간 경쟁을 관리하기 위한 소통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전화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과의 회담에 관해 “중국과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의 경쟁이 오판이나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드레일도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드레일’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 방지를 강조하면서 동원하고 있는 표현이다. 경쟁할 것은 경쟁하되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갈등 수위 조절을 위해 다양한 수위에서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국방 수장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첫 대면 회담을 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이 룩셈부르크에서 장시간 회담을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접촉도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국 외교 수장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남·동중국해, 대만, 중국 인권, 북핵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중국의 지원에 대해 경고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번 회담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중국이 하거나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우리의 기대를 전달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조만간 있을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와 관련해서도 사전 조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가 고민 중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도 이번 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하지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번 방문에서 라브로프 장관과의 양자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위기 타개 방안이 중요하게 논의될 예정이다. 라민 툴루이 국무부 경제 차관보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경작지와 곡물 저장고를 훼손하고, 곡물을 탈취하며,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접근을 봉쇄함으로써 세계의 취약한 주민들에게 식량 불안, 영양실조, 질병 민감성을 증대시켰다”라면서 “G20 국가들은 러시아의 책임을 묻고, 러시아가 곡물 운송을 위해 해상 교통로를 개방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따르라고 주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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