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참석에 미·중 회담까지.. 존재감 커진 G20 외교장관 회의

박은하 기자 2022. 7. 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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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 초점
의장국 인도네시아 역할 주목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7~8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중재자 역할과 개발도상국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한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G20 외교장관 회의에는 미·중·일 외교장관은 물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참석한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일·중·러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4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러시아 경제장관이 화상으로 발언할 때 주요 7개국(G7) 장관들이 항의의 표시로 집단퇴장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도 열린다. 8개월 만에 미·중 외교수장이 얼굴을 맞대고 현안 조율에 나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동·남중국해 문제, 대만 등 다양한 현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박진 외교장관, 블링컨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 등을 협의하기 위한 회담을 준비 중이란 것이다.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식량·에너지 위기 문제 해법 마련이다. 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G7과 러시아·중국의 입장차가 커 공동 합의문 도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회의 내용을 반영한 의장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책임 문제가 어느 수준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다.

비동맹·중립 노선을 외교정책의 전통으로 가진 인도네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외교적 노력에 적극적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달 3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끌어냈다. 그는 러시아에 앞서 우크라이나를 먼저 방문해 외교적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또 오는 10월 말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두 초청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우크라이나 밀을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4%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도 위험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 인디케이터 폴리틱 인도네시아의 부르하누딘 무타디 전무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임기를 2년 앞두고 자신의 유산이 인플레이션으로 망가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전했다. 자카르타 소재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앤드류 만통은 “인도네시아의 최고 외교적 목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식량·비료 공급망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오는 G20 정상회의 때까지 전쟁 종식을 위한 글로벌 중재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4억 명의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서 중동 국가들과 유대 관계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왔다. 서방을 향해서는 중국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거대 인구를 가졌다는 점을 내세우며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반면 오커스 협정 등에는 부정적이다. 내년에는 아세안 의장국이 된다. 현 의장국인 캄보디아와 달리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얀마 군정에 비판적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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