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 한국산 무기, '가성비'로 폴란드를 사로잡다 [Deep&wide]

2022. 7.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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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폴란드 방산협력 급물살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흑표'라고도 불리는 주력전차 K2. 현대로템 제공

최근 폴란드와 한국의 관계에서 두 가지 장면이 겹쳐진다.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한국의 방산업체와 국방부 등을 방문해 한국 무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어 6일엔 폴란드 육군·공군 평가단과 폴란드 경제개발은행 관계자 등 20여 명이 비공개로 방한해 방산업체와 군부대를 찾았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폴란드와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후 최상목 경제수석은 “양국 간 방산협력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는데 조만간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하고 “앞으로 5년간 세계 3, 4위권 방산대국을 목표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폴란드는 우리 무기가 필요하고, 우리는 폴란드의 방산시장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왜 폴란드는 무기를 구매해야 하나?

우선 그 배경으로 폴란드를 둘러싼 전략환경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냉전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유럽은 평화의 대륙이었다. 그러나 푸틴의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주변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동부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폴란드는 북쪽으로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동쪽으로는 친러시아 성향의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위협이 점증하면서 폴란드는 군사력 증강을 위한 군 현대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폴란드 정부는 2021년 10월 군의 전반적 개혁을 담은 국토방위법(Homeland Defense Act)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은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속화되었다. 지난 3월 3일 국방부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17일 상원에서 97명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 18일 대통령이 서명하며 일사천리로 입법이 진행되었다.

주요 내용은 2023년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3%로 증액하고 병력을 증원하며 재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규군도 11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영토방위군을 3만 명에서 5만 명으로 증원한다. 재원은 국방비 외에 군 지원기금을 설치해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토방위법이 발효됨에 따라 폴란드의 무기 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5월 2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는 서방진영의 동부 유럽 전략적 중심지로서 역할하고 있다. 약 29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는 한편, 개전 후 우크라이나에 총 17억 달러 상당의 무기와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전차 200대, 자주포 크랩 18대, 야포, 드론, 대공 발사대, 탄약, 부품,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등이다. 따라서 폴란드 자체 무기 보유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축소된 전력을 보완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왜 한국 무기는 폴란드에 매력적인가?

현재 폴란드가 탐내는 우리 무기는 주력전차인 K2, 보병전투차 K21, 경공격기 FA-50 등이다. K2에 대해선 폴란드에 특화된 맞춤형 모델을 원하고, K21의 경우는 호주 맞춤형인 AS21 레드백에 주목하고 있다. 폴란드는 미국 F-16과 호환이 가능한 FA-50으로 MiG-29와 Su-22 전투기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FA-50에 대해서는 유동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 미사일, 레이더 등에도 폴란드 군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보병전투장갑차 K21을 호주 맞춤형으로 제작한 AS21 ‘레드백’. 한화디펜스 제공

그렇다면 수많은 무기 중에 왜 한국산 무기가 폴란드에 매력적일까.

우선 한국 무기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은 항상 새로 개발된 무기로 훈련하면서 무기를 시험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 한국이 사용하는 무기는 검증되었다는 신뢰가 글로벌 방산업계에 형성되어 있다. 실제로 국제적으로 한국 무기의 품질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는 방산 수출의 증가로 입증되고 있다. 한국의 무기 수출계약 체결액은 꾸준히 증가해 2016년 25억6,000만달러에서 2021년에는 7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주포인 K-9은 8개국(튀르키예,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에 수출되었다. 주력전차인 K2는 2008년 튀르키예와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노르웨이도 올해 말 K2 전차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병전투차 K21의 호주 맞춤형인 AS21은 호주의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

K9 자주포. 한화디펜스 제공

한국이 경쟁국보다 방산협력과 기술이전에서 좀 더 관대한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폴란드는 한국과의 무기 거래를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 방위산업 선도국가들은 기술이전에 매우 까다롭지만, 이미 폴란드와 한국은 성공적 방산 협력 사례가 있다. 2014년부터 한국은 폴란드에 K9차체를 수출했고 폴란드는 이를 기반으로 크랩을 자체 생산해왔다. 폴란드는 기술이전을 통해 방산기술을 축적함으로써 미래 독자 무기체제도 개발하려 할 것이다.

한국이 구매국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무기를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이다. 구매국의 작전환경, 전투소요 등 모든 여건을 최대한 반영한다. 더욱이 한국은 경쟁국과 비교할 때 성능, 가격, 납품 시점, 유지지원, 호환성 등을 종합하면, 가장 우수한 쪽에 속한다. 한국 무기체계가 세계에서 가성비가 가장 우수한 셈이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제조업 강국의 특성을 살려 한국은 구매국 요구에 맞춰 적시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고 원활한 유지지원도 가능하다.


걸림돌은 없나

한국은 전차와 장갑차 분야에서 미국 및 유럽 방산업체와 경쟁해야 한다. 특히 독일은 전차와 장갑차 분야에서 전통적 강국이다. 독일은 가격과 인도 시점에서 불리하지만 성능을 내세운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폴란드는 미국의 M1A2 에이브람스 전차 250대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구형 전차 교체를 놓고 현대 로템이 독일 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과 경합하고 있다.

폴란드의 재정 형편도 무기 구매를 어렵게 할 수 있다. 폴란드의 2021년 국방예산은 약 134억 달러에 머물렀다. 국토방위법에 따라 별도기금을 운용하더라도 전력증강계획과 가용예산에서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F-35A 32대, 패트리어트 미사일 2개 포대, M1A2 에이브람스 전차 250대 등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 예산상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 국토방위법상 병력 증원계획으로 무기 조달 예산이 축소될 수도 있다. 폴란드의 과도한 현지화 및 기술이전 요구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산 경공격기 FA-50. 공군본부 제공

정상외교와 방산협력

러시아의 공격적 행태로 인해 군사력 증강에 적극적인 폴란드는 우리 무기의 성능, 가격, 기술이전, 사후관리 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만큼 우리 무기가 폴란드에 매력적이다.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폴란드는 현재 관심을 보이는 K2와 K21을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무기의 구매자가 국가라는 평범한 사실을 상기하면 무기획득 결정과정에서 국가 최고지도자의 절대적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 폴란드에서 정치가 무기조달 결정 과정에 개입해 결정이 번복되거나 연기된 사례가 있었다. 정상외교가 방산협력을 성사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폴란드 정상 간에 방산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폴란드의 우리 무기 구매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이제 관건은 폴란드의 무기구매 대상과 조건 및 규모가 될 것이다.

이석수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연세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미국 켄터키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하이오주립대와 존스홉킨스대에 방문학자로 다녀왔다. 국방연구원과 아태평화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국가정보원에서 국가정보관을 역임했다. 1997년부터 국방대 교수로 재직하며 안보문제연구소장, 부총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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