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간 다리놓듯 두 수학이론 통합.. 늦깎이 수학자의 '혁명'

노성열 기자 2022. 7. 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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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만나지 못했던 2개의 대륙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허준이(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및 한국 고등과학원(KIAS) 교수가 5일 세계 최고 권위의 수학상으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하자 수학계로부터 이런 평가가 나왔다.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수학계의 최고 권위 상을 한국인이 최초로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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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및 한국 고등과학원 교수가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 단상에 서서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 쾌거

美서 태어나 국내서 석사 마쳐

몸 약해 ‘야자’부담,고교 자퇴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학과에

‘바닥권’성적으로 6년만에 졸업

美 박사과정서 리드 추측 증명

시인 꿈꿨던만큼 자유로운 발상

“수학,편견·한계 이해하는 과정”

“서로 만나지 못했던 2개의 대륙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허준이(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및 한국 고등과학원(KIAS) 교수가 5일 세계 최고 권위의 수학상으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하자 수학계로부터 이런 평가가 나왔다. 한국계 인재로는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수학계의 최고 권위 상을 한국인이 최초로 받은 것이다.

현대 통계론의 바탕인 조합론과 고등수학의 대표 대수기하학은 지금까지 별개의 분야로 연구됐으나 허 교수는 석사 시절 배운 대수기하학의 특이점 해결 방법을 박사 입문 후 처음 접한 조합론의 난제들에 적용해 차례로 해결해냈다. 그 이전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수학이론의 통합을 이뤄냈다. 1950년대 과학과 인문학은 결코 만나지 못할 것이라던 C P 스노의 ‘2개의 문화(two cultures)’ 강연을 통쾌하게 뒤집는 한판승처럼 시원한 쾌거였다. 시인을 꿈꾸던 수학자의 경계 없는 자유로운 발상이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필즈상의 아시아 수상자는 이공계 기초과학 강국인 일본 3명, 베트남 1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최근 문화계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 같은 세계적 인재를 배출한 데 이어 수학 같은 기초학문에서도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올라섰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천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한국의 사회제도에 대한 개선 여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허 교수는 1983년 당시 유학 중이던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의 외아들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2살 때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고교 시절 글 쓰는 작가를 꿈꾸며 자퇴했다가 검정고시를 봐서 서울대에 입학했다. 몸이 약해 야간 자율학습에 부담을 느꼈는데 학교에서 이를 양해하지 못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또 허 교수는 미국 출생자로 18살까지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보유하다가 결국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병역을 이수하기에는 건강 문제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수학 늦깎이’였다. 자신도 수학 성적은 중간 정도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3학년 때 낙제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고 낙담하다가 6년 만에 졸업하기도 했다. 물리보다 수학에 흥미를 느껴 수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후 본격적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필즈상 수상자였던 일본 교수에게 추천을 받아 미국 유학길에 나섰으나 모두 떨어지고 일리노이대 한 군데에 간신히 들어갔다. 박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일을 냈다. 조합론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대수기하학적 방법으로 풀어낸 것이다.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미시간대,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로 적을 옮겨 다니며 점점 깊은 수학의 세계로 들어갔다. 허 교수는 수상 직후 “제게 수학은,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이라며 “저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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