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영향력 확대 노리는 미중..태국에 '구애' 경쟁

강종훈 2022. 7. 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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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태국과 중국이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6일 방콕포스트 및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방콕에서 회담을 열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미국도 견제에 나서며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외교수장들의 연이은 태국 방문은 양국의 패권 경쟁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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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찾은 中 외교부장 "한가족처럼 가까워"
태국 총리·왕이 부장 회담.."미래 협력 강화 합의"
블링컨 美국무장관도 곧 태국 방문..G2 구애 속 '줄타기'
쁘라윳 태국 총리(오른쪽)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태국과 중국이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외교수장도 곧 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동남아 주요국 중 하나인 태국을 둘러싼 양강의 '구애'가 격화하고 있다.

6일 방콕포스트 및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방콕에서 회담을 열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쁘라윳 총리는 중국의 글로벌발전구상(GDI)과 글로벌안보구상(GSI)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양국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며 "중국과 태국은 한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대표 사업인 중국-라오스-태국 철도를 조기에 완성해 교류 확대를 도모하기로 했다.

또한 두 나라는 사이버 보안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통신 사기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4일 미얀마에서 열린 제7차 란창강·메콩강 협력(LMC)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왕이 부장은 태국을 시작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한다.

쁘라윳 태국 총리(오른쪽)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오랜 우방으로 꼽혔던 태국은 최근 수년간 중국으로 다소 기운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정부에 미국 정부가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일시적으로 군사적 지원을 중단했고, 태국은 2017년 중국산 4억달러 규모의 잠수함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군사 및 금융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태국에 투자와 지원을 늘려왔다. 2017~2020년 사이 태국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세 배로 증가했다.

관광대국 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해외 관광객의 27%를 차지했다.

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미국도 견제에 나서며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G20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한 뒤 태국을 방문해 쁘라윳 총리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 직후 태국을 방문했다.

이후 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축소했던 연합훈련 '코브라 골드'(Cobra Gold)를 내년부터 다시 대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 외교수장들의 연이은 태국 방문은 양국의 패권 경쟁과 관련이 깊다.

미국은 5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창설하면서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도 지지를 요청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LMC 회의 등으로 동남아에서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필리핀에 이어 태국 역시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자국 이익을 확대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일 모리스 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아직 태국이 (중국 쪽으로) 넘어갔다고는 보지 않지만, 태국은 분명히 미국 측의 성의 표시를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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