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사색] 연명치료를 긍정하다

2022. 7. 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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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했던 그 일이 닥친 건 두 달 전 오미크론 공습으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끝 무렵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지인은 그렇게 의식불명인 아버지의 귀에 기쁜 소식을 늘 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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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했던 그 일이 닥친 건 두 달 전 오미크론 공습으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끝 무렵이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결국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기저 질환 때문에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으셨는데 어머니는 목 아픔 증세가 사나흘 이어지고 바로 회복하셨지만 아버지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렇게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덜컹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코로나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긴급 이송, 응급처치를 끝낸 뒤 곧바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옮겨져 처치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전화를 받았다.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고, 이도 어느 정도 환자 상태가 괜찮아야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말하자면 연명치료에 들어간다는 얘기였다. 의사는 바로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곧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평소 연명치료는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지만 바로 생명이 위태하다는 말에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호흡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막연하게 알았던 연명치료에 대해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어떤 논문은 노인 환자들의 연명치료 고통을, 어떤 자료는 코로나는 반드시 인공호흡 치료를 해야 한다는 등 다양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 가족들의 경험담과 사진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의식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최근 눈을 뜨셨고 자가호흡을 하신다.

이후 의료연명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그 흔한 말은 참이다. 죽음과 생명 앞에서 다른 건 정말 하찮다. 소중한 이들을 잃고 견뎌낸 모든 이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 생명은 수많은 이와 연결돼 있다. 절망 상태에서 지인이 들려준 얘기는 많은 위로가 됐다. 환자가 의식이 없어도 귀는 열려 있다고 한다. 지인은 그렇게 의식불명인 아버지의 귀에 기쁜 소식을 늘 전했다고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아버지가 의식을 회복하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생명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전기 시스템이 아니다. 몸과 의식에 관한 한 여전히 과학이 풀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의사들도 그렇게 말한다. 따라서 주어진 생명이 위협받을 때 기술의 도움을 받는 건 마땅하다. 다만 과도한 의료비 문제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존엄하고 품위 있게 죽을 권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인 10명 중 8명은 안락사 또는 ‘의사 조력 자살’의 법제화에 찬성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5년 만에 수치가 2배로 늘었다. 남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았고, 고통 경감 등의 이유였다.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결과이긴 하지만 죽음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생명 인식이 낮아지는 건 우려스럽다.

마침 국회에서 조력 존엄사법이 발의되면서 반대의 목소리와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치료비 부담이 안락사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안락사 찬성자의 14%가 가족의 고통과 부담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건 생명을 단축시키는 게 아니라 환자가 완화치료 등을 통해 고통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적 돌봄을 받는 것이라는 천주교의 입장에 공감한다. 사회적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

유일무이한 한 생명을 함부로 스위치 켰다 끄듯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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