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前정권탓' 직설화법..국정동력 '양날의 검' 우려

2022. 7. 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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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인사·정책 논란에 부딪칠 때마다 '전(前) 정권'을 비판하며 국정운영 기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낙마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음주운전' 논란을 빚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과 관련해 '인사 실패란 지적이 나온다'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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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달..설화에 묻힌 비전
국민 납득 어려운 유체이탈 화법
'반문 여론' 주력 메시지 리스크
前정권 정책 뒤집기 가속화 피로감
"대통령, 국민 향한 메시지 던져야"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정책 논란에 부딪칠 때마다 ‘전(前) 정권’을 비판하며 국정운영 기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분석과 동시에 취임 초부터 ‘반문(反文)’여론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냐는 여권 내부의 우려도 나온다.

자연히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되도록 뚜렷한 미래비전 제시보다는 ‘전 정권 탓’에 주력한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태다. 고물가로 민생경제가 어렵고 국정운영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전 정권과의 비교화법은 국정동력에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구(舊) 정권과의 갈등 및 충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겹치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6일 복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윤 대통령의 전 정권 관련 발언들을 두고 ‘피장파장의 오류’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을 내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대통령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정운영의 총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도어스테핑(약식회담)에서 하는 말들은 야당이나 특정 정파를 향해서 하는 말이 아닌, 국민 전체를 향해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윤 대통령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계속 구사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30년 동안 해서 그런지 부지불식간에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낙마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음주운전’ 논란을 빚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과 관련해 ‘인사 실패란 지적이 나온다’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박했다.

앞서 차관급 이상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는 비판이 나왔을 때도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대장동·백현동 특혜의혹 수사 등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보복 수사’ 논란이 불거진데 대해서는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이라며 “민주당 정부일 때는 안했나”라고 대응했다. 정책에서도 ‘전 정권 뒤집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탈북어민 강제북송 등 안보 관련 사안뿐만 아니라 탈원전 정책, 공공기관 개혁 등 곳곳에서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 하는 일을 되풀이되는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부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은 크게 늘었다”고 언급했다. 곧이어 22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여권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내내 박근혜 정권 탓만 하다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 아니냐”며 “국민들은 이미 전 정부의 ‘전 정권 탓’에 학을 뗀 상태다. 아직 취임 초기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전 정권을 언급하는 것은 가급적 줄이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자꾸 ‘전 정권 탓’ 쏠리는데 대해 “정작 ‘글로벌 중추 국가’ 등 새로운 비전은 별로 홍보를 못하고, 개혁 어젠다를 제시하고도 대통령 본인이 다 까먹고 있다”고 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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