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점이 가득 채운 현의 신세계"

2022. 7. 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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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한국적인' 두 악기가 만났다.

열두 줄의 가야금과 여섯 줄의 거문고.

두 악기는 독특하다.

같은 악기로 전혀 다른 음악을 하게 된 것은 두 팀의 연주자들이 걸어온 길과 해온 음악이 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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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이더스·달음의 '특별한 만남'
거문고·가야금 2인조 같은 편성
음악의 '결'은 너무 다른 두 팀
"MBTI 'E'와 'I'의 표본이죠"
'다름과 같음' 교집합 얽혀 시너지
수십년 이어온 전통음악의 진화
이젠 트렌드와 힙함의 상징으로..
새로운 시도·협업..지속가능성 고민중
가야금과 거문고 듀오로 활동하는 서로 다른 두 팀이 만났다. 리마이더스(가야금 박지현, 거문고 김민영)와 달음(가야금 하수연, 거문고 황혜영)이다.

‘너무도 한국적인’ 두 악기가 만났다. 열두 줄의 가야금과 여섯 줄의 거문고. 두 악기는 독특하다.

“현악기의 장점이자 단점은 지속음이 짧다는 거예요. 부는 악기나 활로 켜는 악기처럼 풍성하게 이어가지 않아요. 그래서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점’ 악기라고 불러요.” (달음 황혜영)

온전히 존재했던 ‘하나의 점’은 또 다른 점을 만나 확장된 음악 세계를 만들었다. 과거를 답습하리라 지레 짐작했던 전통악기의 음악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갔다. 여성 가야금, 거문고 듀오인 리마이더스(가야금 박지현(28), 거문고 김민영(31))와 달음(가야금 하수연(30), 거문고 황혜영(30))이다.

‘뜻밖의 만남’이다. 같은 편성으로 서로 다른 음악을 하는 두 팀의 ‘대범하고 위험한’ 만남이 성사됐다.

두 팀의 만남은 ‘2022 여우락 페스티벌’을 통해 이뤄졌다. 네 사람은 스스로를 ‘네 개의 점’(7월 6일, 달오름극장)으로 명명, 지금껏 본 적 없는 무대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이들은 “이번 공연은 네 개의 점을 빼곡히 채우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존재야 모를 리 없었다. 같은 악기 편성의 팀이 흔치 않다 보니, 일찌감치 호구조사(?)도 마쳤다. “학교는 어디 나왔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영상도 찾아보고요.(웃음)” (리마이더스 김민영) 그러다 ‘인친’이 됐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했다.

공연은 다양하게 구성된다. 이 무대를 통해 창작한 다수의 신곡이 관객과 만난다. 리마이더스, 달음 각각의 팀 무대는 물론 네 팀이 다 함께 하는 무대도 있고, 같은 악기끼리 꾸미는 무대까지 마련됐다.

“서로 다른 두 팀의 협업이면서, 네 연주자 개개인의 세계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어요.”(김민영)

리마이더스와 달음이 바라보는 서로의 음악은 전혀 다르다. “저희 기준에선 포지션은 겹치지만 각 팀의 음악적 결이나 지향점은 많이 달라요. 연습할 때마다 달음은 저희를 신기하게 바라봐요. 저흰 좀 ‘부수는 음악’이거든요.” (리마이더스 박지현)

“굉장히 역동적이에요. 리마이더스의 연주를 보면 ‘와! 저러다 거문고 부수겠는데’, ‘현이 남아나나?’ 싶더라고요. 특히 두 팀의 가야금 소리 색의 차이가 커서 정말 재밌었어요. 달음은 리마이더스와 상반되게 섬세한 부분이 있어요.”(황혜영)

“저는 부수고 있을 때, 달음 혜영 씨의 연주를 들으면 거문고 소리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해요.(웃음) MBTI로 치면 리마이더스는 E(외향형), 달음은 I(내향형) 음악의 표본이에요.(웃음)”(김민영)

같은 악기로 전혀 다른 음악을 하게 된 것은 두 팀의 연주자들이 걸어온 길과 해온 음악이 달랐기 때문이다.

달음의 하수연 황혜영은 서울시청소년국악단에서 만나 2018년 팀을 꾸렸고, 리마이더스는 2015년 ‘여우락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다. 리마이더스는 그 때의 만남을 계기로 “즉흥음악 기반의 창작을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어 음악적 교류”를 이어가다 2020년 데뷔했다. 그러다 올해 ‘여우락’ 무대는 물론 ‘여우락 아카데미’ 멘토로까지 참여하게 됐다. 이 축제가 신진 음악가의 발굴과 육성 역할까지 한 것이다.

“관현악단 출신의 달음은 작곡가적 기질”(김민영)을 가진 반면 리마이더스는 “창작을 하지만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 즉흥음악 기반”이자 “연주자 중심의 음악”(김민영)을 이어간다.

네 사람의 무대에선 서로의 다름과 같음이 큰 축이 된다. “달음과 리마이더스가 너무나 다른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서로 다른 것이 섞여 교집합처럼 나왔어요.”(박지현)

김민영은 “네 대의 거문고와 가야금의 만남은 현악의 신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악기를 가지고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 하지 않던 주법을 실험적, 도전적으로 만들고 있어요.”(김민영)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거문고 연주자들의 주법이 한 곡 안에 담긴 것도 파격이다. “피치카토, 타악기적 요소는 물론 활을 켜거나, 음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복잡한 연주를 해요. 어떻게 보면 조금 조잡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 수 있는 주법이지만,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할 수 있는 무대이기에 모두 담았어요. ”(황혜영)

고민의 과정을 거치자 “서로 다른 네 명의 연주자, 그러면서도 닮은 점을 가진 네 명의 현악주자들만의 무대”(김민영)를 만들게 됐다.

“개개인의 세계가 온전히 구축돼있어야 협업을 했을 때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서로가 생각하는 좋은 점이 각 팀의 음악으로 발현됐고, 네 명이 만난 음악으로 나오게 됐어요.” (박지현)

“칸딘스키가 ‘점은 하나의 세계’라고 했어요. 우리 네 사람은 네 개의 세계예요. 각자 세계 속의 하나의 점이면서 또 다른 하나의 형태를 이뤄가는 과정에 있는 점이죠. 그 점이 연결과 해체를 반복하며 네 개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김민영)

지금의 전통음악은 트렌드와 힙(HIP)함의 상징이다. 비빙, 바람곶에서 시작된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실험은 이날치, 블랙스트링, 악단광칠, 해파리로 이어지며 무수한 변화와 진화를 겪었다. 리마이더스와 달음은 우리 음악의 미래를 끌어갈 새로운 세대다.

두 팀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부담,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강박을 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음악을 대하는 태도 역시 쿨하다. “애써 현대적 해석에 몰두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그들이 가장 잘 연주하는 악기”로 만들어가니, 세상은 ‘새롭다’고 말한다. 그 시도를 꾸준히 이어갈 따름이다.

김민영은 “전통음악에 대한 시선은 거품이 끼었다가 가라앉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그것이 아마 우리 세대이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민은 ‘지속가능성’이다. “ ‘우리 국악이 되게 멋있었지’, ‘고리타분하고 지겨운게 아니라 힙하고 멋졌지’, 그렇게 생각하는 지금의 시선을 어떤 식으로 이어갈 것이냐가 중요한 때가 됐어요. 또 저희가 무언가를 만들어가야 할 중요한 세대이고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시도와 협업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면 지금의 풍요로움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김민영)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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