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은 '절망적 기대감'..계파·악성 팬덤과 결별할 것"

김종일·이원석 기자 2022. 7. 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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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권 도전 출사표 던진 박용진 민주당 의원, 이재명 향해 "당 혁신 놓고 세게 붙자"
"무난한 혁신은 없다..직 걸고 한쪽 목소리 '과다 대표' 되는 문제 해결"

(시사저널=김종일·이원석 기자)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은숙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은 계파의 곁불을 쬐지 않았고 악성 팬덤에 무릎 꿇지 않았던 사람이 혁신의 깃발을 들고 이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민주당 내 '97그룹(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 정치인 가운데 강병원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섰다. 

박 의원은 7월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용진은 지난 5년간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해왔다"면서 '민생 정당'과 '대안 정당'의 길로 민주당을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무난한 혁신, 원만한 혁신은 없다"며 "대표가 된다면 직을 걸고라도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한 쪽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지 않는 제도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의원에 대해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체념은 바닷물과 같은 '절망적 기대감'"이라면서 "바닷물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을 향해 "민주당의 혁신을 놓고 세게 붙자"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지금 박용진인가'라고 묻는다면.

"국민과 당원들은 지금 민주당에게 변하라고 한다. 지난 5년간 실망을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말해왔던 사람이, 다른 모습과 내용으로 혁신의 깃발을 드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박용진은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해왔다. 계파와 악성 팬덤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주권자의 명령이 있는데, 저는 계파의 곁불을 쬐지 않고 악성 팬덤에 무릎 꿇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용진이 혁신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출마 선언문에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으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용진이 대표가 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건가.

"국민이 정치에 바라는 건 내 삶을 구체적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와 일자리 등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변화시켜 달라는 거다. 그래서 전 '민생 정당'으로 가겠다. 또 약속을 지키는 정당,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정당이 될 거다. 한 마디로 국민 보시기에 '내 마음 같은 정당'이 될 것이다."

'내 마음 같은 정당'이 무엇인가.

"국민은 표리부동, 내로남불, 앞뒤가 다른 사람을 싫어한다. 적어도 정치 지도자라면, 집권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정당이라면 그러지 않아야 한다. 야당으로서 할 말은 하고, 도덕적으로 매우 정직하고, 또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비전과 방향성이 또렷한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민주당을 약속드린다."

방법론은 무엇인가. 당내 세력이 두텁다고 하긴 어렵지 않나.

"제가 말씀드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당대회에 나가는 거다. 당 대표 권한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 제가 대표가 되면 당장 혁신위를 만들 거다. 김해영 전 의원처럼 국민 눈높이에서 언행을 하는 분들을 모셔서 민주당이 어떻게 달라질지 차근차근 준비해서 제도적 개선책을 보여드릴 거다."

'이기는 정당'이 되기 위한 방법론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 내 삶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많이 부족하다. 단적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엄청나게 변했는데 정치와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대표적 예다. 안전운임제에 대해 아주 어설프게 일몰제로 합의했다가 다시금 일이 불거진 거다. 이런 게 수두룩하다. 청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연금 문제부터 지금 이들 상당수가 일하는 플랫폼 노동 등을 지금의 정치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재합의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걸 민주당이 이끌어야 한다."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고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건가.

"민주당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쫙 만들어서 여당에게 제시할 거다. 각 상임위 별로 대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거다. 이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거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다시 집권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겠구나를 구체적으로 2년간 보여드릴 거다. 국민은 5가지를 원한다.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가족 건강' '자녀 교육' '노후 자산' 등이 그것이다. 이를 해낼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을 민주당이 밀고 나갈 것이다."

다음 방법은 무엇인가.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총선 1년 전에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공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만 건강한 경쟁이 가능하다. 청년 등 신인들이 출마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명확하게 알게 할 거다. 또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혁신 공천' 한다면서 다른 계파의 누구를 쫓아내고 이러면 안 된다. 공천 심사에 응하는 이들이 내가 충분한 기회를 보장 받았고, 충분한 검토를 받았다고 여기게끔 할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박은숙 기자

박용진의 민주당에선 정치개혁은 어떻게 이뤄질까.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치개혁안 모두를 이뤄낼 것이다. 민주당의 의석 수십 석을 잃는 안이지만 국민이 바라는 다당제로 가는 길이다. 의원총회에서 합의한 혁신안이다. 그렇다면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윤미향 의원 제명도 실행될 것이다. 윤 의원의 제명안은 송영길 대표 시절 혁신안으로 발표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켜야 한다. 민형배 의원 복당 건도 마찬가지다. 불편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온정주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실력을 키우는 일도 필요할 텐데.

"그렇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민주당은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일본의 자민당, 중국의 공산당과 경쟁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이제 민생 경제 이슈에 있어서 국제적 감각이 없으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낼 수 없다. 국민의 실질 소득을 줄어들 게 하는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문제 등이 모두 전 세계와 연결돼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가 매일, 매주 국제적 흐름에 맞는 보고서를 내고, 우리는 그에 맞춰 법안을 내고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세계사적 논의에도, 국제연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 감각을 갖춘 정당이 돼야 한다. 매일 아침 회의에서 여당과 대통령 부인의 옷 이야기로 공방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국민 보시기에 '정말 민주당이 달라졌네'라는 인식을 들게끔 실력을 키워 변화해야 한다."

계파주의와 악성 팬덤을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 민주당이 계파에 휘둘리고 악성 팬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 있다. 한 쪽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지 않도록 제도화 하겠다는 게 제 소신이다. 전당대회의 룰이 민심과 당심이 각각 50 대 50이 돼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대표가 된다면 직을 걸어서라도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한 쪽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지 않는 제도화를 이뤄낼 것이다. 무난한 혁신, 원만한 혁신이란 없다."

이재명 의원의 출마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출마하실 거라고 본다. 출마하셔서 박용진과 민주당의 혁신을 두고 세게 붙으셨으면 좋겠다. 다만 준비를 잘 하시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어설프게 '어대명'으로 가려다가 본선에서 박용진과 맞붙으면 진짜 큰 코 다치실 수 있다. 박용진은 '어대명' 뒤엎으려는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박은숙 기자

'이재명 역할론'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에도 다시 그냥 이재명 의원으로 간다? 저는 그걸 '절망적 기대감'이라고 표현한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소금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당장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거다. 바닷물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재명이란 바닷물 대신 박용진이란 샘물이 바로 옆에 있다. '어대명'이라는 체념을 박용진이라는 샘물이 대신해 드리겠다."

최근엔 당의 금기어였던 '분당'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런 절망적 전망이 눈에 보이신다면 그렇지 않을 박용진을 선택하시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와 이 의원의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면이 있다. 제가 중도층에서 선전한다. 보수층에선 이 의원을 이긴다. 그들이 누군가. 바로 민주당에서 이탈한 유권자들이다. 과거 우리를 찍었던 스윙보터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기는 정당을 못한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그들에게 지지 받지 못하는 사람이 당 대표로 가면 어떻게 되겠나. 이런 점에서 보면, 이기는 정당으로 가는 급행열차가 바로 박용진이다."

이 의원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불안 요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국정 운영을 전임 정부에 대한 망신주기와 정치 탄압으로 가져가고 있다. 정치보복적인 태도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아주 나쁜 태도다. 그러지 마시라고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 이런 구도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압박한다면 당의 대표로서 분명하게 막아낼 것이다. 다만 최근 국회 차원에서 당연하게 처리돼야 할 사법적 처리를 방탄한 적은 거의 없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여야를 떠나서 그렇다."

97세대 의원들의 단일화 가능성은.

"97세대로 묶이는 이들은 과거도, 생각도, 이념도, 태도도, 계파도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대명을 넘어서봐라'는 민심과 당심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에너지를 뭉쳐보기 위해 단일화 가능성을 당연히 열어두고 가야한다고 본다. 그래서 제가 한 번 보자고 제안을 했다.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정책 토론 등을 열고 그걸 바탕으로 단일화 논의가 가능할지 보자는 거다. 가능성을 조금씩 조금씩 열어가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박용진의 민주당은 대여 협상과 투쟁을 어떻게 할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 국회야말로 야당에게는 가장 훌륭한 투쟁의 장이라는 말씀을 남겼다.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강경 투쟁만을 내세우는 정당으로 가서는 버림 받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대안 정당'이어야 한다. 제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은 운동장을 넓게 쓸 거다. 국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과 함께 밖에선 시민과 함께 하는 상시적인 캠페인을 펼칠 거다. 선거 때만 국민을 찾는 게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고, 과정도 함께 하고, 설명도 하며 국민을 만날 거다. 여당의 실수에만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집권하면 어떤 모습일지를 꾸준히 국민에게 보여드리고, 실제 국회에서 발전시켜 밀고 나가는 민주당을 보여드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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