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의 작심토로 "민주당은 더 개방적일 때 승리했다"
뒤집힌 '전대 룰'에 "허리 꺾인 느낌..진짜 실망"
(시사저널=김종일·이원석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기 지도부를 뽑는 8월 전당대회 룰이 당초 안과 다르게 뒤집힌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더 개방적일 때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에 국민 여론조사를 배제하고 중앙위원 투표만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박 의원은 7월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는 전당대회가 되어선 안 된다"라면서 "우리를 비판하고 우리에게 호감을 갖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로부터 귀를 막아버리는 전당대회가 된다면 누가 당대표가 되던지 하나마나한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룰 변경 소식을 전해 듣고서는 "허리가 꺾인 느낌이 들었다. 제한적인 혁신안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진짜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계파 전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것도 무너뜨리겠다. 오히려 중앙위원들에게 낡은 기득권을 무너뜨려서 우리 당이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전당대회 룰 의결 과정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올린 내용을 일부 뒤집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비대위는 앞서 전준위가 예비경선 선거인단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30% 반영하기로 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앙위원 100%로 선거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도 도입했다. 이 역시 당초 전준위 안에 없던 것이다. 이에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변경된 룰이 불리하다고 여기는 친이재명계 의원 등과 지지층의 반발도 쏟아졌다.
비대위가 컷오프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배제하기로 했다.
"사실 전준위가 예비경선 선거인단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30% 반영하기로 한 것도 제한적 혁신안이다. 저는 처음부터 당심 50%와 민심 50%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손톱만한 혁신 제안도 뽑아버리는 모습에 실망을 많이 했다. 얼마 전 있었던 당 워크숍에서 의원들에게 혁신에 대한 강한 열망 등을 봤다. 그걸 보고, 그걸 믿고 출마를 했는데 '우리가 이것 밖에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허리가 꺾이는 느낌이었다. 진짜 실망했다."
가장 큰 실망의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민주당은 더 개방적일 때 승리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됐나. 당시 이인제 대세론을 어떻게 꺾었나. 본선에서 노풍(盧風)은 또 얼마나 거세게 불었나. 경선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개방한 순간 우리가 이긴 것이다. 그 이후 한동안 지리멸렬하던 민주당의 결정적 터닝 포인트도 '개방'이었다. '혁신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2011년 민주당은 개방의 문을 활짝 열어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났다. 저도 그 때 당에 들어왔다. 민주통합당 이전과 이후의 민주당은 여러 가지가 달랐다. 이런 방향과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우리는 매우 폐쇄적인 정당이다. 우리끼리의 정당이다."
이번 전당대회도 폐쇄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대립의 전대, 기득권이 유지되는 전대, 국민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는 전대, 우리를 비판하고 우리에게 호감을 갖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로부터 귀를 막아버리는 전당대회가 되어선 안 된다. 그런 전당대회라면 누가 당대표가 되던 하나마나라고 본다."
이번 룰 변경에 가장 불리한 후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의 룰대로라면 계파가 없는 박용진, 계파가 작은 이재명은 컷오프가 될 수 있다.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위인 박용진이 컷오프될 수 있는 거다. 진짜 걱정이 태산이다. 경선 룰이 이렇게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순간적으로 '완전히 저를 딱 겨냥한 봉쇄조항'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마음가짐이 좀 바뀌었나.
"그 소식을 전해 들었던 7월4일 저녁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 있었다. 강연을 하고 나니 힘이 났다. 박용진은 누구처럼 계파에서 자란 온실 속 화초가 아니니까, 박용진은 들판의 들꽃 같은 역할을 해왔던 사람이니까, 박용진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계파 전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무너뜨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오히려 저는 당의 중앙위원들에게 우리 당이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호소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진짜 '계파 전대'의 의도라고 한다면, 계파 없이 이겨내긴 쉽지 않을 텐데.
"제가 마지막까지 기댈 수 있는 곳은 계파가 아니라 민심이다. 새롭고 변화된 민주당을 원하는 국민의 열망과 민심을 읽고 계신 중앙위원들이 분명히 계실 거다. 저는 그분들이 다른 결정을 내려주실 거라고 본다. 계파의 곁불을 쬐지 않았던 사람이 컷오프를 통과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다. 하지만 그런 이변을 만들어 내는 게 민주당 혁신의 출발이 될 것이다. 그러니 부딪쳐보려고 한다."
'혁신 전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제가 2위다. 그동안 다르게 말하고 행동해 왔던 제가 본선에 올라가서 이재명 의원과 세게 붙어서 다른 대안이 있음을 보여줘야 '혁신 전대'가 된다고 본다. 그런데 기득권의 논리와 계파 논리로 저를 아웃시키면…. 그렇게 희생이 설사 되더라도 저는 이게 오히려 민주당이 더 확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산산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해봐야 되지 않겠나. '박용진 망신주기'가 될지, 민주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 거대한 민심의 둑이 무너지는 시작이 될지, 어쨌든 저는 부딪쳐서 해보려고 한다."
지금 같은 방식이면 청년과 여성 등의 진입 기회는 더 좁아지는 것 아닌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민주당에서는 이준석 같은 청년 당대표는 결코 나올 수가 없다. 계파도 없고 조직도 없는 청년이 어떻게 도전할 수가 있나. 대선에 나왔던 국회의원도 떨어질 수 있는 판에 과연 청년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이런 구조에서 과연 누가 도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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