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불타오를 것"..전례 없이 빨리 찾아온 폭염에 기후변화 문제 재조명

이동진 프랑스 통신원 2022. 7. 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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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폭염에 야외 문화·스포츠 행사 금지 
10대들 "미래 생각하면 아이 낳고 싶지 않아"

(시사저널=이동진 프랑스 통신원)

전 세계적으로 올해 들어 특히 이상기온 현상이 심상치 않다. 비교적 피해가 덜했던 한국에서도 이미 5월부터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면서 올여름 폭염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가운데, 서유럽 국가들도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독일·스페인 등에서는 5~6월 이미 30도를 훌쩍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높은 기온이 기록되었다고 프랑스 AFP통신은 전했다.

2020년 프랑스를 강타한 폭염이 있은 지 2년 만에 다시 40도를 웃도는 더위가 프랑스에 찾아왔다. 6월14일 프랑스 국영방송 '테에프 앙(TF1)'은 프랑스 국토의 3분의 2가 사상 최고 고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유명 피서지 비아리츠에서는 6월16일 기온이 42.9도까지 올라갔고, 또한 프랑스 전역에서 30도에 육박하는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6월16일 폭염에 시달리던 프랑스 파리의 한 시민이 트로카데로 분수 옆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AFP 연합

프랑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2019년 이후 가장 이르고 가장 강렬한 폭염." 폭염주의보를 초여름에 발령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기상청 대변인은 덧붙였다. 실제로 2020년 여름 무더위는 8월에 기승을 부렸지만 이번 폭염은 초여름인 6월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이례적이다. 

때 이른 폭염으로 프랑스 현지에서는 초여름의 열기가 잠기 소강 상태인 듯하다. 6월13일부터 노천카페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파리 시민들이 에펠탑 앞 분수대에 들어가 몸을 식히는 광경도 펼쳐졌다. 몇몇 지자체는 야외 문화와 스포츠 행사들을 금지시켰고, 에어컨이 없는 실내 행사 또한 한시적으로 중단되어야 했다. 또한 역대급 무더위 덕분에 냉방 가전제품 판매가 성황을 누리고 있는 모양새다. 

6월12일 프랑스의 한 대형 가전제품 매장에서 하루 동안 팔린 선풍기 수가 그 전 일주일간 판매량과 동일하다는 언론 기사가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극심한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더위 속에 6월15일 프랑스의 수능인 박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치러졌다. 전국적으로 평균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치러질 시험을 앞두고 일정을 늦춰 달라는 요구들이 빗발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험을 늦추면 방학을 늦게 해야 하기 때문에 강행하자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는 등 폭염 탓에 다양한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번 폭염을 겪으며 프랑스 전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더욱 민감해지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6월14일 BFM TV의 마크 아이 기상캐스터는 당시 프랑스를 덮치고 있던 고온현상을 보도하던 중 답답하다는 어조로 "프랑스가 불타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도록 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생방송으로 나간 후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마크 아이의 발언을 주의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국영방송 'France 3'의 기상캐스터 로이크 구발 또한 마크 아이의 발언을 옹호하며 "이런 날씨가 평범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때 이른 폭염을 계기로 프랑스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기후변화 문제가 더욱 확실히 머릿속에 자리 잡힌 듯하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사 '웨스트 프랑스(Ouest France)'가 6월15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에서 17세 남학생 라얀은 "이런 더위가 정말 싫어요. 절대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요"라며 자신은 앞으로 절대 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인 여학생 엠마는 기후변화가 너무 걱정된다면서 "지금은 우리가 보호받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가뭄, 홍수, 기후 이민자들이 더욱 많이 발생하고 생겨날 것"이라고 비관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았다. 엠마는 "저도 그리고 제 친구들도 '이런 미래를 생각하면' 앞으로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덧붙이며 기후변화 때문에 살기 힘들어질 미래를 벌써부터 두려워했다. 

6월16일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의 섭씨 45.5도를 나타내는 약국 표지판ⓒAFP 연합

"이산화탄소 배출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에 달려"  

전문가들은 올해의 이상 고온 현상에 대해 기후변화를 최대 원인으로 꼽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의 사무엘 모랑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프랑스는 수치상 1947~89년 사이 있었던 폭염에 비해 10배나 더 많은 폭염을 겪었다며 이는 "문명사회가 배출해낸 이산화탄소 때문에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져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모랑 연구원은 앞으로 다가올 폭염들은 그 강도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9세기 말부터 지구의 온도는 1.1도 올랐고 20세기부터 프랑스의 온도는 1.7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 안에 폭염 강도가 지금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프랑스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은 문명사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탄소중립 상태까지 갈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모랑 연구원은 대답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오르면 매년 약 500만 명의 유럽 주민이 홍수를 겪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기후위기와 관련해 "기후변화에 강한 프랑스를 만들겠다"던 마크롱 대통령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프랑스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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