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국에 20조 넘게 투자하고 발동동..반도체 지원법안 물건너가나 [비즈360]
인텔, 오하이오 공장 착공 연기..의회 비판
TSMC, 글로벌 웨이퍼스 등도 불만 제기
삼성도 지원 원해..추가 투자 등 고민 깊어질 것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삼성전자 등 글로벌 칩 제조사들의 투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삼성은 미국 텍사스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향후 미국 본토 투자 전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의회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520억달러(약 68조원) 규모 자금 지원이 담긴 반도체 지원법안에 대한 심사를 늦추고 있다. 미국 공화당 측이 약값 인하와 기업·부자 증세에 반대하며 민주당이 주도한 반도체 법안까지 저지하며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의회가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둘다 죽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미국 의회는 상원이 지난해 6월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하원이 올해 2월 ‘미국경쟁법안’을 각각 처리한 뒤 두 법안을 병합해 심사하고 있다.
당초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칩 공급 극복을 위한 공급망 구축과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반도체지원법안 처리를 강력히 의회에 요청해왔다. 미국 의회는 8월 여름 휴가 등을 이유로 휴회에 들어가는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전이 예상되고, 이후 양원 구성에 따라 아예 법안 자체가 폐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변화를 감지한 글로벌 칩 제조사들 역시 자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설비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실제 최근 인텔은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착공 시기를 무제한 연기하기로 결정하며 가장 큰 이유로 반도체지원법안 처리 지연을 내세웠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TSMC의 한 임원 역시 2020년 120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언급하며, “공장 건설 속도는 미국 측 보조금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당장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만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회사인 글로벌웨이퍼스가 올해말 텍사스 셔먼에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들여 300㎜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의회가 (법안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당 거래는 취소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20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공장 위치를 테일러시로 확정하면서 주정부와 시 차원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연방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3월 공개된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이 속한 국가가 어디인지 따지지 말고, 미국의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해 해당 기업을 적극 지원하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텍사스주에는 고임금·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주정부가 10년 동안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대표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챕터313)이 있다. 이에 삼성도 이를 신청하며 지원을 최대한 받으려 하고 있지만 이번 법안 향방에 이 같은 지원책 또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따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은 미국과의 경제 동맹과 안보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미국의 연방정부 지원과 별개로 텍사스 투자는 진행되겠지만 향후 전략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미국 테일러시 공장 관련 “착공 준비를 진행 중이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착공식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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