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정치 생명 최대 위기.. 거짓말 논란에 내각 줄줄이 사임

김표향 2022. 7.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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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봉쇄령에도 수차례 음주 파티를 벌인 사실이 발각돼 공식 조사까지 받았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인사 문제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으로 정치 생명 최대 위기를 맞았다.

존슨 내각의 핵심 장관 2명은 존슨 총리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내던졌다.

자비드 장관도 "존슨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그 아래에서 일하면서 양심을 지킬 수가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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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 원내부총무 성추행 혐의로 퇴진
존슨, 해당 인물 과거 성 비위 알고도 묵인 의혹
"존슨과 일 못해" 재무장관·보건장관 등 줄사임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지난달 24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CHOGM) 개막식에 참석해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키갈리=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봉쇄령에도 수차례 음주 파티를 벌인 사실이 발각돼 공식 조사까지 받았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인사 문제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으로 정치 생명 최대 위기를 맞았다. 존슨 내각의 핵심 장관 2명은 존슨 총리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내던졌다. ‘파티 게이트’에 이어 또다시 존슨 총리를 향한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5일(현지시간) 과거에 성 비위를 저지른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사과했다. 핀처 의원은 지난달 30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추행한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핀처 의원이 2019년 외무부 부장관 시절에도 성 비위를 저질렀는데 존슨 총리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올해 2월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달 1일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과거 문제를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4일에는 “해당 의혹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해결됐거나 정식 문제 제기가 안 된 사안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5일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무부 차관이 “존슨 총리가 직접 그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으면서 거짓말을 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자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당시 핀처 의원의 성 비위 혐의를 보고받았지만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또다시 입장을 변경했다.

총리실의 궁색한 변명은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존슨 총리는 “당시 문제를 알고 있었고, 2019년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나쁜 실수”라고 시인했다. 다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는 존슨 총리의 태도에 최측근마저 등을 돌렸다. 사과문 발표 직후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동시에 사임했다. 알렉스 초크 법무차관을 비롯해 두 장관보다 낮은 직급을 맡은 의원들도 줄줄이 사의를 밝히고 있다.

수낙 장관은 “정부는 제대로, 유능하게, 진지하게 일을 해야 한다”며 “팬데믹 이후 경제 충격,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물러나는 것은 가벼운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비드 장관도 “존슨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그 아래에서 일하면서 양심을 지킬 수가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존슨 총리 불신임 요구가 다시 들끓고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초 파티게이트와 관련한 당내 신임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얻어 어렵사리 자리를 보전했다. 당규상 신임투표가 한 번 실시되면 12개월간 재투표가 불가능하지만, 당내에선 규정을 변경해서라도 다시 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민심도 존슨 총리를 떠났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9%는 존슨 총리가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표를 준 유권자 사이에서도 존슨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절반(54%)을 넘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물러날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두 장관 사임 직후 곧바로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이라크 쿠르드족 난민 출신인 나딤 자하위 교육장관이 재무장관으로, 스티브 바클레이 비서실장은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미셸 도닐런 교육차관은 공석이 된 교육장관 자리로 승진 이동했다. BBC는 “존슨 총리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제는 상황이나 정부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도 앞날을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처지”라고 평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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