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짜면 땀이 줄줄"..폭염에 숨 턱턱 막히는 일터

이승연 2022. 7. 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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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할 때 주문한 음료가 녹으니까 빨리 가달라고 점주들이 독촉하기 일쑤죠."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웃도는 무더위 속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 하나 없는 곳에서 일하는 배달·택배기사의 옷은 땀으로 젖어 마를 새가 없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현장에는 에어컨이 없고 개인적으로 들고 다니는 휴대용 선풍기가 전부"라며 "속옷을 짜면 물이 줄줄 나올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젖기 때문에 속옷 몇 벌씩은 필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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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 "음료 녹는다고 독촉 전화" 고충 토로..도배업·노상가판대도 비상
폭염에 땀범벅·화상…라이더들 '배달 사투'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설하은 기자 = "배달할 때 주문한 음료가 녹으니까 빨리 가달라고 점주들이 독촉하기 일쑤죠."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5일 오후 4시께 서울 송파구에서 만난 배달기사 이모(58)씨는 "빨리 가달라고 하니까 속도를 내게 되고 그러면 사고 위험도 당연히 커져요"라며 "요즘은 "아이스크림, 차가운 커피 같은 음식을 배달할 때 아무래도 제일 신경 쓰인다"고 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웃도는 무더위 속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 하나 없는 곳에서 일하는 배달·택배기사의 옷은 땀으로 젖어 마를 새가 없다.

팔과 목을 토시로 감싸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이씨는 "비 오는 날에는 할증이라도 붙는데 폭염에는 할증도 안 붙는다"며 "수시로 물을 먹어야 해서 손 닿는 곳에 물통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타격을 입은 택배기사들은 폭염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5년차 택배기사 민종기(57)씨는 "차 안 말고 더위를 식힐 공간이 없다"며 "덥다고 잠시 쉬면 해야 할 일을 다 못 끝내니까 쉬지도 못한다. 오늘은 아침·점심은커녕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말했다.

민씨는 "배송하면서 땀이 많이 나니까 물은 계속 마셔야 한다"며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이 가장 힘들고, 이렇게 유난히 더운 날씨엔 쓰러지는 기사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아침에는 배달을 하고 오후에는 노상에서 손님들을 맞는 유제품 배달업 기사들도 거리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송파구에서 8년가량 유제품 배달업을 한 우모(59)씨는 땀을 닦으며 "건물 복도에 들어가거나 바람 잘 들어오는 계단에 앉아서 쉬곤 한다"라며 "이렇게 더운 날은 사람들도 안 나와 손님도 별로 없다"고 했다.

이어 "아침에 배달할 때는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라며 "여름에는 비도 오고 덥기도 더워서 여러모로 힘들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유제품 배달을 10년 넘게 한 조모(60)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으로 배달을 갈 때는 올라갔다 오면 다리도 후들거리고 땀구멍도 쫙 열린다"며 "정말 더운 날은 땀이 계속 차있다보니까 피부가 울긋불긋하게 올라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정배 작업 [독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도배업에 6년간 종사한 이미진(44)씨는 "정배(초배를 한 뒤에 정식으로 하는 도배)를 할 때는 벽지가 갑자기 마르면 안 되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안 된다"며 "창문을 다 닫고 온종일 선풍기도 에어컨도 못 틀고 일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현장에는 에어컨이 없고 개인적으로 들고 다니는 휴대용 선풍기가 전부"라며 "속옷을 짜면 물이 줄줄 나올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젖기 때문에 속옷 몇 벌씩은 필수"라고 전했다. 이씨는 "얼음물도 가져오지만 결국엔 미지근해진다"며 "엊그제는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더라"라고 말했다.

건대 입구에서 꽃 가판대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가판대 안에 에어컨이 있지만 20년 가까이 된 에어컨이라서 성능이 좋지 않아 땀이 계속 난다"며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내가 더운 것도 문제지만, 여름엔 꽃이 빨리 시든다"며 "여름엔 덥다 보니 가판대 창문을 닫고 있게 되고, 그나마 덜 더운 창문 안으로 생화 몇 개만 들여놓는다. 그러다 보면 손님들도 생화가 없는 줄 알고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3년째 경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68)씨는 "작년까지 숙직실에 에어컨이 없어서 자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며 "그렇다고 샤워를 할 공간도 없어서 그저 찝찝한 상태로 있어야 했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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