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에도 급성장하는 中 반도체.."韓 살 길은 결국 초격차 기술"

문창석 기자 2022. 7. 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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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반도체 매출 성장률 상위 20곳 중 19곳이 中 기업
낸드·파운드리 등 韓 미래 먹거리 잠식.."초격차 기술뿐"
© News1 DB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선 초격차 기술 경쟁력이 최우선이며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매출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곳 중 19곳이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같은 조사에서 20대 기업 중 8곳이 중국 기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더 빨라진 셈이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자국 제품 사주기 전략을 추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반도체 독립을 위해 국가 중점산업으로 규정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견제하며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구상 중이다. 지난 2020년 미국이 대(對) 중국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의지는 반도체 장비 수입에서도 드러난다. 생산능력을 확대 중인 자국 기업들이 미국의 장비 수출에 대한 제재에 대비하고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 금액은 296억달러(약 38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58% 증가해 2년 연속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75억7000만달러(약 9조9000억원)의 장비를 수입했다.

반도체 소재 내재화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소재업체 안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중국의 반도체 소재 내재화율은 2015년 17%에서 2021년 27%까지 높아졌다. 현재 중국에선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주요 해외 기업까지 총 68개 반도체 공장이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세계 2위 소재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전방위 견제에 맞서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국 산업의 성장이 빨라졌다는 얘기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기반을 둔 반도체 기업의 총매출은 1조위안(약 19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지난해 중국 전체 반도체 생산량은 3594억개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각종 제재를 가했지만 오히려 중국이 자국 기업을 더 빨리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2020.9.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업계는 기존에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앞서있던 분야를 중국이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한국과 중국 사이의 낸드플래시 기술 격차는 2년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에 과점화된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성장하는 산업이라 변수가 많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성장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낸드플래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중국의 위협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9%로 미국·대만에 이어 세계 3위인 반면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로 크게 뒤져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팹리스 기업 수는 120여개로 중국(2810개)의 23분의 1 수준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SMIC·화훙반도체·넥스칩 등 중국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10.2%로 전 분기(9.3%)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재로 해외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지자 자국 팹리스 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사업을 도맡으며 매출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16.3%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6%포인트(p)까지 따라잡았다.

IT 산업 발전과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대중(對中)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전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2020년 9%에서 2024년 17%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잠식당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일본·대만 등과의 협력과 공급망 재편에 대비한 기술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뚫을 수 있는 건 초격차 기술 기반의 제품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구조상 생산은 미국의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는 현재 강점인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확보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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