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메워야 하는 적자성 국가 채무 비율 60.3%.."관리 목표 뚜렷하게 제시해야"
적자성 채무, 지난해 기준 566조원
2020·2021년 102조원, 80조원씩 급증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인 지난해, 향후 조세 등 국민의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적자성 채무’가 중앙정부의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적자성 채무는 현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기는 성격이 강한, 질이 나쁜 악성 채무다.
윤석열 정부가 이달초 출범 이후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향후 재정 운용의 전반적인 기조를 결정할 예정인데, 지난 정권의 확장 재정에서 비롯된 악성 채무의 급증 등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동반될지 주목된다.
5일 조선비즈가 감사원이 매 회계연도별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는 ‘국가채무관리보고서’ 최근 5년치를 분석한 결과, 문 정부 첫 해인 2017년에 341조9000억원이었던 중앙정부의 적자성 채무의 규모가 마지막해인 2021년에는 939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17~2021년 국가채무관리보고서에서 국가채무의 성질별 규모 가운데 적자성 채무 규모를 따로 정리했다.
◇적자성 채무, 코로나 대응 확장재정으로 2020년부터 급증세
국가채무는 향후 상환 재원(대응 자산)이 있는 지, 없는 지에 따라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구분된다. 금융성 채무는 외화자산 매입 등 자산의 증가를 동반하기 때문에 적절한 운용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반면 일반회계 적자 보전 등으로 발생한 적자성 채무는 향후 조세 등 국민의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관리가 중요하다.
적자성채무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2020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 상황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양호하지만, 기존 한국의 사정에 비해서는 악화됐다.
지난 2017년 국가채무는 627조400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적자성 채무는 341조9000억원이었다.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54.5%였다. 국가채무가 2018년, 2019년을 지나면서 600조원대에서 서서히 늘어나는 와중에 적자성채무가 구성하는 비중도 50%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그러다 2020년을 기점으로 국가채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적자성채무도 100조원이 1년 새 증가했다. 지난 2019년 국가채무는 699조원이었는데, 2020년에 819조2000억원으로 단숨에 늘었다. 같은 기간 적자성채무는 383조3000억원에서 485조3000억원으로 102조원(26.6%)이 늘었다. 전체 국가채무 가운데 금융성채무보다 적자성채무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다보니,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9.2%로 늘었다.
그러다 2021년에는 국가채무가 939조1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적자성채무도 566조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60.3%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80조7000억원(16.6%) 늘어난 것이다. 적자성 채무 중 523조1000억원은 일반회계의 적자 보전에, 42조8000억원은 공적자금의 국채 전환 등에 쓰였다.
◇급증한 ‘질 나쁜 채무’…이달초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 주목
이달초 대통령 주재로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폭넓은 재정 운용 전략의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재원 배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국무위원들이 참석해 논의하는 자리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정 역할 확대를 주문하는 회의가 됐다.
정부는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7년까지 새정부 임기 동안의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 재정총량 관리목표를 설정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고, 새로운 재정 운용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경호표(表) 재정준칙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재정준칙은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 총량적인 재정 지표에 대해 수치화된 목표를 제시해, 재정이 남발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수단이다. 쉽게 말해 정부 지출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020년 10월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를 기준으로 한 ‘홍남기표’ 재정준칙을 발표한 바 있지만 이 재정준칙은 ‘재정의 역할을 제한한다’는 민주당과 ‘기준이 느슨하다’는 국민의힘 모두에게 반발을 사며 법제화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적자성 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의사결정의 제약’을 담는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확립을 주문한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영준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암묵적인 채무인 연금 채무 등이 시간이 흐르면 명시적 채무로 전환되는 등 적자성 채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는 재정준칙을 구체화할 때 재량적 지출에 관련한 적자만이라도 엄격하게 관리하거나, 의무 지출이 증가할 때도 관심을 두고 파악하는 등 재량권을 줄이더라도 준칙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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