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열대과일 주산지로 '우뚝'..청년농 유입 촉진 '기대'
망고 등 재배농가 170곳 달해
면적 56ha…제주 제치고 1위
농기원·도, 육성·지원책 한몫
귀농인·젊은층도 새품목 관심
초기 시설투자비용 적지 않고
국내 재배기술 아직 정립안돼
전남이 바나나·망고 등 열대과일 주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시작됐지만 청년농 유입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에 따르면 전남에서 감귤류를 제외한 바나나·망고·백향과 등 신품목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곳은 170농가, 재배면적은 56.3㏊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열대과일을 농사짓는 곳이 517농가, 재배면적은 171㏊인 것을 감안하면 전남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17농가가 53.3㏊에서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제주를 제치고 전국 1위다.
품목별로 보면 망고 재배가 가장 많다. 60농가가 18.89㏊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농가수는 고흥이, 재배면적은 영광이 가장 많다. 서울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 경매가 진행될 만큼 생산과 판매 모두 자리를 잡았다. 패션프루트라고 불리는 백향과는 음료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재배가 크게 늘었다. 54농가가 9.29㏊ 규모로 담양과 화순에서 많이 재배된다.
대표적인 열대과일인 바나나는 10농가가 2.46㏊에서 생산되는데 해남이 주산지로 학교급식 등을 통해 주로 소비되고 있다. 보성·완도·진도 등지에서는 올해 처음 수확을 시작했고, 신안 등 새로 시설이 설치되는 지역도 있어 바나나 재배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올리브도 재배가 활발한 품목 중 하나다. 다만 아직은 열매보다 묘목 판매가 중심이다. 고흥에서 10농가가 16.8㏊에서 생산하는 등 전남 전체에서 14농가가 19.4㏊를 재배하고 있는데, 다른 품목과 달리 노지재배·친환경재배가 가능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전남이 이처럼 열대과일 주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체작목 육성 정책 때문이다. 도농기원은 2019년부터 도내 시·군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열대·아열대 과수를 육성하고 있다. 2023년까지 8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중부서해안권은 만감류를, 남부해안권은 애플망고·백향과·바나나·만감류·파인애플·석류를 집중 육성한다. 또 동남해안권은 애플망고와 백향과·올리브를, 북부산간권은 백향과·파파야·만감류 등을 특화작물로 육성할 계획이다.
도 역시 지원에 적극적이다. 2020년 ‘전라남도 지역특화작목연구개발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해 도지사가 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기술보급, 교육 등을 수행토록 했는데, 열대과수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2019년에는 장성에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를 유치했고, 2021년 해남에 농업분야 국립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를 유치하는 등 아열대원예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로운 품목을 농사짓고 싶어하는 귀농인·청년농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보성으로 귀농해 애플망고와 바나나를 재배하는 한재윤씨(61)는 “요즘 젊은층의 소비 성향과 부가가치를 고려했을 때 열대과일을 생산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안하는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5년 전 귀농해 진도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청년농 신혜민씨(35)는 “우리가 좋아하는 품목을 재배해야 소비자에게도 자신 있게 판매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애플망고를 선택했다”면서 “주변 청년농들도 새로운 품목이자 고소득작물인 열대과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바나나 재배시설의 경우 0.3㏊ 규모에 4억5000만∼5억5000만원이 들고, 망고도 2억∼2억5000만원으로 일반 농민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또한 생산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난방비 부담을 줄여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 아직 재배기술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 등도 약점으로 꼽힌다.
조윤섭 도농기원 과수연구소장은 “전남에서 열대·아열대 과수 재배가 증가하면 새로운 농가소득원이 될 뿐 아니라 매년 증가하는 수입 과일을 대체하고, 더 나아가 수출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청년을 농촌으로 유입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보성=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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