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열대과일 주산지로 '우뚝'..청년농 유입 촉진 '기대'

이상희 2022. 7. 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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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등 재배농가 170곳 달해
면적 56ha…제주 제치고 1위
농기원·도, 육성·지원책 한몫
귀농인·젊은층도 새품목 관심
초기 시설투자비용 적지 않고
국내 재배기술 아직 정립안돼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한재윤씨가 생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전남이 바나나·망고 등 열대과일 주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시작됐지만 청년농 유입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에 따르면 전남에서 감귤류를 제외한 바나나·망고·백향과 등 신품목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곳은 170농가, 재배면적은 56.3㏊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열대과일을 농사짓는 곳이 517농가, 재배면적은 171㏊인 것을 감안하면 전남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17농가가 53.3㏊에서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제주를 제치고 전국 1위다.

품목별로 보면 망고 재배가 가장 많다. 60농가가 18.89㏊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농가수는 고흥이, 재배면적은 영광이 가장 많다. 서울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 경매가 진행될 만큼 생산과 판매 모두 자리를 잡았다. 패션프루트라고 불리는 백향과는 음료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재배가 크게 늘었다. 54농가가 9.29㏊ 규모로 담양과 화순에서 많이 재배된다.

대표적인 열대과일인 바나나는 10농가가 2.46㏊에서 생산되는데 해남이 주산지로 학교급식 등을 통해 주로 소비되고 있다. 보성·완도·진도 등지에서는 올해 처음 수확을 시작했고, 신안 등 새로 시설이 설치되는 지역도 있어 바나나 재배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올리브도 재배가 활발한 품목 중 하나다. 다만 아직은 열매보다 묘목 판매가 중심이다. 고흥에서 10농가가 16.8㏊에서 생산하는 등 전남 전체에서 14농가가 19.4㏊를 재배하고 있는데, 다른 품목과 달리 노지재배·친환경재배가 가능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전남이 이처럼 열대과일 주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체작목 육성 정책 때문이다. 도농기원은 2019년부터 도내 시·군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열대·아열대 과수를 육성하고 있다. 2023년까지 8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중부서해안권은 만감류를, 남부해안권은 애플망고·백향과·바나나·만감류·파인애플·석류를 집중 육성한다. 또 동남해안권은 애플망고와 백향과·올리브를, 북부산간권은 백향과·파파야·만감류 등을 특화작물로 육성할 계획이다.

도 역시 지원에 적극적이다. 2020년 ‘전라남도 지역특화작목연구개발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해 도지사가 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기술보급, 교육 등을 수행토록 했는데, 열대과수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2019년에는 장성에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를 유치했고, 2021년 해남에 농업분야 국립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를 유치하는 등 아열대원예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로운 품목을 농사짓고 싶어하는 귀농인·청년농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보성으로 귀농해 애플망고와 바나나를 재배하는 한재윤씨(61)는 “요즘 젊은층의 소비 성향과 부가가치를 고려했을 때 열대과일을 생산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안하는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5년 전 귀농해 진도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청년농 신혜민씨(35)는 “우리가 좋아하는 품목을 재배해야 소비자에게도 자신 있게 판매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애플망고를 선택했다”면서 “주변 청년농들도 새로운 품목이자 고소득작물인 열대과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바나나 재배시설의 경우 0.3㏊ 규모에 4억5000만∼5억5000만원이 들고, 망고도 2억∼2억5000만원으로 일반 농민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또한 생산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난방비 부담을 줄여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 아직 재배기술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 등도 약점으로 꼽힌다.

조윤섭 도농기원 과수연구소장은 “전남에서 열대·아열대 과수 재배가 증가하면 새로운 농가소득원이 될 뿐 아니라 매년 증가하는 수입 과일을 대체하고, 더 나아가 수출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청년을 농촌으로 유입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보성=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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