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으려다 경기 발목 잡을라.. 한은 '빅스텝' 고민
13일 금융통화위원회서 결론
빅스텝 안하면 '시기 놓쳤다' 지적
단행하면 물가 더 오르는 8월에
'2회 연속 빅스텝' 부담 더 커져
6월 소비자 물가가 6%까지 치솟으면서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기준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지만,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 위축과 기업의 투자 감소를 촉발시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만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지만, 문제는 통상적인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보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창립 72년간 단 한 번도 빅스텝을 밟아 본 적이 없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음을 디뎌야 하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자칫 경기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4년 만에 닥친 급격한 물가 상승도 문제지만, 경기 하강이라는 함정을 피해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물가 고통을 덜려다가 실직 고통이 커지는 최악의 경우도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 “물가 안정이 최우선”
시장에서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까지 동원한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은이 빅스텝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1300원 선까지 높아져 있어 수입 물가가 치솟는 것도 부담이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외환 당국이 환율이 더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달러를 풀면서 버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94억3000만달러 감소한 438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간의 감소 폭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달러 감소)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7·8월 2연속 빅스텝 충격 견딜 수 있나
한은도 고민 중이다. 만약 오는 13일 열리는 7월 금통위에서 6월(6%) 물가 상승률을 이유로 ‘빅 스텝’을 결정한다면, 그보다 더 높아져 6% 후반대나 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7월 물가가 발표된 뒤 열리는 8월 금통위에서도 빅스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연속 빅스텝이라면 한 달여 만에 기준금리가 1%포인트나 급등하게 된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경제에 미칠 충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3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가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기준으로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오는 13일 금통위에서 24년 만의 최대 물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빅스텝’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은이 실기(失機)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만약 거꾸로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하고 8월에는 하지 않는다면 “6% 상승률에는 빅스텝을 하고 6% 후반을 넘어서는데도 빅스텝을 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오는 13일 금통위에서는 ‘빅스텝’이 아니라 통상적인 ‘베이비 스텝’을 하고, 대신 일부 금통위원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내도록 하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갑작스러운 빅스텝이나 지나친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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