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많은 한국, 수학 연구 역량은 '최고 선진국' 그룹
허준이 교수가 한국인으로선 처음 필즈상을 받긴 했지만, 이미 학문적 성과 측면에서 한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은 높은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국제수학연맹(IMU)은 한국 국가 등급을 기존 4등급에서 최고 선진국 등급인 5등급으로 올렸다. 현재 5그룹에 속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2국밖에 없다. 이 등급은 세계수학자대회(ICM)의 한국 수학자 초청 실적,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수학 논문 실적, 주요 연구원과 대학의 수학 연구 실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학 학문 연구 실적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매년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7월 대회에선 우리나라 학생들이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등을 따면서 국가 종합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수학계는 한국이 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과학 분야처럼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순수 수학에 정진한 학자들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변재형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학과장은 “수학의 전통이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연구자가 끈질기게 매달리며 연구를 해왔다”면서 “1990년대부터 세계적 수준의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런 노력이 쌓여서 30년이 지난 지금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문 분야 국제적 위상과 교육 현장에서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넘쳐나는 모습 사이 괴리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10명 중 1명꼴(약 13%)로 기초 학력 미달이었고, 매년 해당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수학에 뛰어난 학생들도 수학을 전공하기보다 안정적 직업을 찾아 의대 등으로 진학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뛰어난 소수 인재가 많은 연구 성과를 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여러 학문의 기초가 되는 수학의 연구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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