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가상화폐 투자자 피눈물로 2000억 벌고 강남 빌딩 산 거래소들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40% 가까이 하락하면서 600만명에 달하는 국내 가상 화폐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하지만 가상 화폐 거래소들은 코인 가격 하락에도 아랑곳없이 매일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인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더 큰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패닉셀(공포 매도)’에 나서며 거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인을 사고팔 때마다 일정 비율씩 수수료를 거둬들이는 거래소들은 가상 화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거래량이 늘어나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5일 가상 화폐 통계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6월 한 달간 거래된 가상 화폐 규모는 하루 평균 3조2025억원에 달했다. 업비트는 투자자들에게 매도·매수 시 각각 0.0491%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부가세를 포함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0.05%의 수수료를 내는데, 이를 기반으로 추정하면 지난달 투자자들이 업비트에 낸 수수료는 약 960억7571만원이다. 하루 평균 수수료로 30억여원을 벌어들인 셈인데, 하락 폭이 6월보다는 덜했던 5월보다 많은 규모다.
◇ 6월 급락할 때마다 수수료 수익 급등
다른 거래소들도 지난달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업비트보다는 거래량이 적지만, 수수료율은 0.25%로 업비트의 5배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6월에 빗썸이 벌어들인 수수료 추정액은 860억9911만원 규모로 업비트와 맞먹는다. 코인원(183억원)과 코빗(11억원)까지 합치면 지난달 국내 4개 거래소가 투자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 추정액은 2016억원에 달한다.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4개 거래소는 1000억원 중반대의 수수료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거래소들의 수수료 수입은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시세가 급락할 경우 커졌다. 지난달 4개 거래소의 하루 수수료 추정액이 100억원이 넘었던 날은 1일(102억원), 14일(110억원), 16일(104억원)이었다. 1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전날보다 5.1% 떨어졌고, 16일에도 8.1% 떨어졌다. 14일은 하락 폭이 1%대였지만, 전날인 13일에 15.4% 급락한 여파가 컸다.
금융투자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투자자들이 내는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의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빗썸의 수수료율은 0.25%, 코인원은 0.20%, 코빗은 0.15%다. 업비트는 0.05%로 가장 낮지만, 매도가·매수가를 미리 정해놓는 예약 주문을 할 경우 수수료율이 0.139%로 치솟는다. 세계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0.10%)나 미국의 FTX(0.02~0.07%), 일본의 비트플라이어(0.01~0.01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업비트는 0.05%, 한국거래소는 0.0027%
가상 화폐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들이 받는 주식 매매 수수료와 비교해도 서너 배 이상 많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거래 수수료율은 0.014%, 삼성증권은 0.004%에 불과하다. 다만 주식 거래의 경우 매도할 때는 수수료 외에 증권거래세 0.25%가 부과된다.
과도한 수수료 때문에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코인 거래를 한국거래소에서 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 수수료율이 0.0027%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방안이었다.
한 가상 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나 빗썸 등 대형 거래소들은 수수료율을 더 낮출 여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다른 거래소들이 수수료율을 낮추더라도 고객을 끌어오기 어렵기 때문에 굳이 수수료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건물 쇼핑하다 뒤늦게 투자자 보호 방안 착수
지난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88%에 달했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에도 28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거래소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수천억원대 강남 건물을 사들이기도 했다. 두나무는 작년 9월 강남구 삼성동의 토지와 빌딩을 3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도 강남역에 있는 빌딩을 매입했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빗썸 역시 작년 말 강남 테헤란로의 2000억원대 빌딩을 매입했다.
국내 거래소들은 투자자보호센터를 설치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지난 5월 루나 폭락 사태가 터졌을 때 “코인 상장 과정을 부실하게 운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국내 5개 가상 화폐 거래소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상장과 상장폐지 방침을 정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강남 건물을 쇼핑하다가 사고가 터지고 정치권이 압박하자 뒤늦게 투자자 보호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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