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어릴 적 인종차별 아픔 되갚아준 독일전이 인생 경기"

"고1부터 독일에서 힘든 생활
좋아하는 축구로 복수해 의미"

손흥민(30·토트넘·사진)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경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독일과의 경기였다.

어린 시절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그에게 독일전 승리는 의미가 각별했다.

5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손흥민은 전날 홍대 아디다스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데이’ 행사 팬미팅 도중 ‘국가대표와 클럽 축구 등 많은 경기를 소화했는데 그중 넘버원 경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잠깐 고민하더니 “(A매치) 100번째인 칠레전, (원더골을 넣은) 번리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경기 등이 있지만 그래도 독일전을 꼽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은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독일을 2-0으로 눌렀다.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였다. 한국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한 독일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안았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한국이 1-0으로 앞선 경기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해 텅 빈 독일 진영을 가로지른 뒤 빈 골문을 향해 침착하게 슈팅해 쐐기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독일전을 인생 최고의 경기로 꼽은 이유는 어릴 적 독일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많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동북고 1학년이던 2008년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하며 축구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독일에서 쭉 축구를 배운 손흥민은 독일에서 프로로 데뷔해 함부르크, 레버쿠젠에서 2015년 여름까지 뛰었고 이후 토트넘으로 이적해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우뚝 섰다.

손흥민은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세계랭킹 1위를 이겨서 내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난 어릴 때 독일에 갔다. 상상하지도 못할 힘든 생활을 진짜 많이 했다.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고 털어놨다. 손흥민이 어린 시절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에서의 힘들었던 시절을 얘기하던 도중 하늘에서 비가 내리자 “하늘도 슬픈가봐요”라는 농담으로 잠시 분위기를 전환시킨 손흥민은 “(독일에서) 엄청나게 힘든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이것을 꼭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진짜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전 승리는 손흥민에게 후련함을 안겼다. 손흥민은 “월드컵에서 독일을 만났을 때 엄청 무섭고 두려웠다. 우리 선수들이 진짜 잘해줘서 이겼다”며 “사람이 울면 위로해주고 싶고 가서 한번 안아주고 싶은 게 맞는데, 독일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복수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