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의 회생 가능성, 현금흐름을 보고 판단하라[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박동흠 회계사 2022. 7. 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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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좀비기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좀비기업은 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회사를 일컫는다. 좀 더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회사를 좀비기업으로 분류한다.

사업해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으니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인데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이라고 해서 무조건 좀비기업으로 분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방에서 소주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중소기업 A회사는 1년 동안 201억원의 매출을 했다. 생산원가로 129억원을 썼고, 각종 판매비와 관리비로 74억원이 발생했다. 이 회사는 영업활동을 통해 총 2억원의 적자가 나고 말았다. A회사는 사업을 위해 190억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연간 이자비용만 6억원에 달한다. 이자비용은 생산원가나 판매비나 관리비가 아니므로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한다. A회사는 영업에서 이익도 내지 못했고 나가야 하는 이자비용도 벌어서 갚지 못하니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회사는 진짜 좀비기업이 맞을까?

회사는 대출받은 190억원으로 기계장치와 공구, 기구 등을 취득하고 자산으로 회계처리했다. 자산을 사용하는 기간 수익이 발생할 테니 비용도 같은 기간에 나누어 인식하면 된다. 이를 가리켜 감가상각비라고 한다. 감가상각비는 나가는 돈은 아니지만 회계상 비용 성격이다. 자산 취득 때 나간 목돈을 한 번에 비용 처리할 수 없으니 사용하는 기간 나누어서 비용화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연간 감가상각비는 28억원에 달한다. 즉 생산원가나 판매비와 관리비에 돈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감가상각비만 28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회계적으로 손실이지만 실제 회사는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연간 40억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고 공시했다. 이렇게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특히 자본집약적일수록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는 2021년 당기순이익 39조원을 달성했는데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5조원이라고 공시했다. 회계적으로 계산된 이익과 실제 번 돈의 차이가 26조원이나 된다. 차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감가상각비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 공장에서 발생되는 감가상각비만 연간 31조원이나 된다. 비용이니 회계상 이익을 줄이지만 현금흐름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A회사는 좀비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은 이자비용 내고 원금까지 상환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대기업부터 전국에 수만개의 소기업까지 재무건전성을 파악하느라 단순히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작다면 좀비기업으로 분류하는데 이를 좀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영업이익 대신 영업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좋다. 갚아야 할 대출도 있지만 예금, 적금도 같이 보유한 경우도 많으니 이자비용과 이자수익을 상계(netting)한 순이자비용으로 판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손익계산서는 입출금 기준이 아닌 거래 발생 시점에 수익, 비용을 잡는 구조라서 현금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회계상 손익도 중요하지만 특히 요즘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이다. 손익계산서상 이익이 작게 표시돼도 현금흐름이 잘 돌아가는 기업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 분식회계로 손익을 예쁘게 꾸며 놓고 정작 현금흐름이 안 도는 기업은 정말 버티기 힘들다.

기업의 현금흐름부터 먼저 파악해서 무늬만 좀비기업인지 정말 자금 지원 없이는 유지가 힘든 상황인지 파악하고 그다음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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