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꼴 악몽의 무차별 총격.."미국 전통이 돼버렸다"
22세 용의자 현장서 검거..바이든 "총기와의 전쟁 포기 안 해"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에서 기념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져 최소 6명이 죽고 30여명이 다쳤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오전 10시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 중심가에서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거리행진이 시작된 직후 무차별 총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하이랜드파크 경찰 및 시카고시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총격으로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근처 노스쇼어대 병원은 부상자가 36명 이상이라며 대다수는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저녁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E 크리모 3세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모는 화장품 상점 옥상에서 군중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현장에서 소총 1정을 확보하며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크리모가 얼굴과 목 등에 문신을 한 래퍼로 소총을 손에 든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담긴 폭력적인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영상 두 개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하이랜드파크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 거리행진은 가족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행사였다. 이에 따라 많은 부모가 어린 자녀들을 유모차에 태우거나, 세발자전거에 태워서 가족 단위로 행사에 참석했다. 시카고 지역 매체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행사에 참석했던 수백명의 시민들은 총격이 발생한 직후 혼비백산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현장에는 수십대의 유모차와 아동용 자전거, 미국 깃발, 자전거 헬멧, 담요, 야외용 의자 등이 어지럽게 방치돼 있어 사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마일스 자렘스키는 CNN방송에 총격이 두 차례에 나뉘어 이뤄졌다면서 약 20~30발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 딸과 함께 거리행진에 참가했던 아마라니 가르시아는 현지 방송에 첫 총성이 들린 다음 잠시 뒤 다시 총성이 들렸다면서 용의자가 총탄을 재장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달아났다”면서 “너무 무서웠다. 딸과 함께 아주 작은 가게로 들어가 피신을 했었는데 아직도 안전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하이랜드파크는 시카고 도심에서 약 40㎞ 북쪽에 있는 인구 3만명의 부유한 도시로 인구의 90%가 백인이다. 낸시 로터링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10시14분 우리 마을은 우리의 중심을 뒤흔든 폭력 행위로 공포에 사로잡혔다”면서 “공동체와 자유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모인 날 우리는 비극적인 인명 손실을 애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위한 축하가 미국 특유의 감염병(총기)으로 산산조각이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7월4일 독립기념일을 1년에 한 번 축하하지만 대규모 총격 사건은 매주 발생하는 미국의 전통이 됐다”고 개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면서 총격 용의자 체포 등 연방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최근 의회를 통과한 총기 규제 법안에 서명한 사실을 거론하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고, 나는 총기 폭력 확산과 싸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14일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에서 10명, 5월24일에는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직원 2명이 총기 난사로 숨지는 등 빈발하는 총격 사건으로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총기폭력 아카이브는 총격범을 제외한 4명 이상이 총에 맞거나 사망한 ‘무차별 총격’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185일 동안 309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4명 미만인 사건까지 더하면 전체 총격 사건의 규모는 훨씬 더 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68~2017년 50년 동안 15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총격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미국 건국 이후 전사한 군인 수보다 더 많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박은하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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