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집어삼킨 전쟁발 '에너지 위기'.."올해 석탄 수요 최고 찍을 듯"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국들이 앞다퉈 석탄 사용을 늘리고 있다. 세계적 ‘탈탄소’ 바람과 함께 퇴출 위기에 놓였던 석탄이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다시 주요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탄 수요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최근까지 기후변화 대처에 목소리를 높였던 세계 주요국들이 안정적인 에너지원 수급과 전력 공급을 위해 석탄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력난 위기에 내몰린 프랑스는 지난달 26일 3월 말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 발전소를 다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석탄 발전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석탄 발전 완전 퇴출을 약속한 독일은 지난달 19일 석탄 화력발전소 재가동과 가스 소비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가스 차단이 독일의 탈탄소 정책을 되돌린 셈이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알렉스 음시망은 WSJ에 “유럽이 러시아보다 석탄을 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른 폭염과 높은 전력수요로 대규모 정전 위기를 우려하는 미국도 일부 지역에서 석탄 전력 사용을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은 지난해 에너지 부족으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석탄연료 생산과 발전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도도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석탄 발전 의존을 높이고 있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사회경제진보센터는 지난 4월 인도의 석탄 발전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석탄 소비 증가와 맞물려 채굴량도 많아지는 흐름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지난해 석탄 채굴량이 10% 증가했고, 올해에도 1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 석탄 수요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탄 수요 급증은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탈탄소 바람으로 새로운 광산과 화석 연료 자원에 대한 투자를 줄여 공급이 축소된 상태에서 각국의 석탄 구매 경쟁이 벌어지며 석탄 가격을 자극한 것이다. 아시아의 주요 공급업체인 호주 뉴캐슬 항구의 현물 석탄 가격은 지난달 처음으로 t당 400달러를 돌파했다. 석탄 가격 상승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후 운동가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석탄 사용량 증가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각국의 기후변화 지침 이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2030년대까지 석탄 발전을 감축하기로 했다.
석탄은 천연가스를 태울 때보다 약 2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석탄의 부활은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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