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도네츠크서 장기 격전할 듯
러, ‘돈바스 탈환’ 공세 강화
우크라, 루한스크 포기하고
전력 아끼며 요새 구축해둬
젤렌스키 “재건에 972조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루한스크주 전체를 장악한 뒤 남은 도네츠크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로선 돈바스 탈환이라는 전쟁 목표에 한발 다가섰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미리 도네츠크주 곳곳에 요새를 구축해놓고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어 격전이 예상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루한스크 지역 마지막 점령지인 리시찬스크에서 작전을 수행한 군지휘관들에게 최고 영예인 러시아 연방 영웅 훈장을 수여했다.
러시아군은 리시찬스크까지 점령하면서 도네츠크주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갈 수 있게 됐다.
산업 시설이 많은 이 도시들은 우크라이나군 병참 공급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광물 자원이 풍부해 푸틴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군의 도네츠크를 향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이미 지난 몇 주간 돈바스 지역에 수천명의 보충대를 보내며 도네츠크에서 전투를 준비했다. 슬라뱐스크는 전날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최소 6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크라마토르스크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루한스크주에서 퇴각한 것은 막대한 전력 손실을 피하면서 일찌감치 도네츠크에서의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철수라고 주장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전투에서 진 것일 뿐 전쟁에서 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루한스크 지역을 방어하는 사이 도네츠크에 새로 구축한 진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서방의 대러 제재가 장기화할수록 러시아군은 탄약과 각종 군용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어 전세가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체력적·정신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장기전 대비 전략이 합당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초토화된 자국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7500억달러(약 972조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 중 일부를 서방이 압류·동결한 러시아 정부 및 올리가르히들의 자산으로 일부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슈미할 총리는 “다양한 추산에 따르면 동결된 러시아 측 자산은 3000억달러(약 389조원)에서 5000억달러(648조원)에 달한다”면서 “러시아 당국이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켰고, 거대한 파괴를 자행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스베냐 슐체 독일 교육·개발부 장관은 바이에른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수천억 유로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 짐은 유럽연합(EU) 홀로 질 수 있는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나눠서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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