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물어야" vs "약자에 대한 우월감".. '연대생, 청소노동자 고소'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희진 2022. 7. 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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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학내에서 집회를 한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시위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청소노동자들의 잘못"이라는 의견과 "약자에 대한 우월감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비판이 충돌하고 있다.

연세대 졸업생 11명은 전날부터 온라인을 통해 '연세대학교 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에 대한 졸업생 입장문'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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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집회로 학습권 침해 주장
민사소송 등 법적절차 밟아 논란
"피해 입혔다면 책임 물어야" 지지
"우월감에서 나온 행동" 입장 갈려
졸업생들 노동자 변론지원 나서
임금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학교 측에 요구하며 교내에서 시위 중인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현수막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 걸려 있다. 김동환 기자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학내에서 집회를 한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시위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청소노동자들의 잘못”이라는 의견과 “약자에 대한 우월감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비판이 충돌하고 있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모(23)씨 등 연세대 학부생 3명은 지난 5월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은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금, 정신과 진료비 등 명목으로 638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이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청소노동자들의 학내 집회로 학습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는 지난 3월부터 하루 1∼2시간씩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9390원인 시급을 440원 올려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임금 인상 등을 학교 측에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온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재학생 3명의 ‘학습권 침해 피해’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맞물려 ‘노동자와 연대하지 않는’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자보가 이 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붙었다. 김동환 기자
이씨 등이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한 시각은 판이하다.

이씨 등을 옹호하는 이들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는 이들의 논리와 유사하다. 대학교 커뮤니티에선 “‘약자는 선하다’는 프레임을 빼고 보면 충분히 고소할 만하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보인다.

하지만 이씨 등의 행동을 비판하는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음에도 사회적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대 졸업생 11명은 전날부터 온라인을 통해 ‘연세대학교 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에 대한 졸업생 입장문’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고소 학생들을 겨냥해 “불편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곳에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전경. 연세대 제공
전문가들도 이씨 등의 행동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시위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줬다면 약간의 소음 정도인데, 그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감수할 수 있는 문제”라며 “(고소한 학생들이) 자기중심적 해석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학교가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한 게 이유라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의 3대 기능인 교육, 연구, 사회봉사 중 사회봉사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설 교수는 “사회봉사엔 ‘안정적인 공동체 유지’도 포함돼 있는데, 대학 사회의 구성원이 사회적 약자를 고소했다는 것은 대학을 공부만 하는 곳으로 봤다는 것”이라며 “대학의 존재 이유는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가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사소송은 연세대 법대 95학번인 김남주 변호사를 비롯한 졸업생 법조인들이 청소노동자 측 변론을 맡기로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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