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대동맥]② '지옥의 구간' 충북 옥천 당재터널
[KBS 청주] [앵커]
경부고속도로의 반백 년 역사 속 충북의 의미를 살펴보는 기획 보도 두 번째 순서입니다.
경부고속도로 공사는 당시로써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만큼 하루하루가 도전과 같았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최악의 난 구간은 다름 아닌 옥천의 당재터널이었습니다.
건설 노동자의 피땀으로 완성한 그곳의 이야기를 이만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굽이치는 금강을 내려다보는 한 산자락.
지금은 수명을 다한 폐고속도로이지만, 50년 전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가장 마지막에 완성될 만큼, 어려움이 컸던 '당재 터널' 구간입니다.
옛 청원군에서 대전을 거쳐 옥천까지 이어지는 대전 공사 구간은, 전체 경부고속도로의 1/3에 불과했지만, 터널의 90%가 몰려 있었습니다.
때문에 가장 공사 진척이 더뎠던 이 구간 가운데서도 '당재터널'은 최악의 공사 구간으로 악명높았습니다.
당시 토목 기술로는 500m 이상 터널 공사가 불가능하자, 터널 길이를 줄이기 위해, 공사 구간이 골짜기 쪽 경로를 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입 도로가 없어 터널을 뚫을 현장까지 길을 내는 데에만 수개월이 소요됐고, 더욱이 퇴적층 지대로, 기반암이 무른 탓에 터널을 뚫기만 하면 천장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김형태/교수/강동대 건축학과 : "퇴적암이 주로 있는, 퇴적암으로 구성된 편마암이라든지 활석이라든지 이런 암질로 돼 있어서 터널을 뚫기만 하면 무너져 내리고..."]
결국, 13번의 낙반 사고와 11명이 소중한 목숨을 대가로 치른 뒤에야 터널은 완성됐습니다.
혹자는 이를 건설이 아니라 '전쟁'이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당재터널과 일대 고속도로는 선형 개량 사업으로 인해, 2000년대 초, 군도로 바뀌거나 사용이 중단됐습니다.
쓰임이 다한 터널 일부는 현재, 민간에 임대돼 스마트팜 시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백정현/스마트팜 직원 : "겨울철 여름철 바깥의 기온 차이가 크잖아요. 그것과 비교하면 여기는 안에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온도 조절하기가 굉장히 용이합니다."]
'지옥의 구간'라 불리며 많은 희생을 치렀던 당재 터널.
반백 년 지나, 명칭마저 바뀌었지만, 여전히 불가능을 가능케 했던 산업 역군의 정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만영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이만영 기자 (2man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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