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값 받아야 하나"..노인일자리 식당·카페 휘청

반기웅 기자 2022. 7. 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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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 일자리' 식당 가보니
저렴한 식대 고령 손님 증가
일만 늘고 현상유지 어려워
“자생 위한 중장기 지원해야”
지난 2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반찬 전문점에서 시민들이 반찬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돼지고기 가격이 30%는 올랐어요. 제육볶음에 딸려 나가는 공깃밥값을 추가로 받아야 하나 고민됩니다.” 충북 청주에서 ‘노인일자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담당자 김주현씨(가명)의 말이다. 김씨에게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정부 전망을 전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장이 고물가에 흔들리고 있다. 노인이 일하는 식당과 카페, 반찬가게는 대표적인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장이다. 시장형 일자리는 정부가 민간 사업체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 만든 취업 자리다. 민간이 주도하는 수익 추구형 일자리사업으로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노인을 고용해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과 다르다. 다만 직접 일자리는 아니지만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공익 성격도 짙다.

노인일자리 사업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일 찾은 청주의 ‘노인 보리밥집’도 정부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다. 대표 메뉴인 시래기장 정식은 5500원으로 주변 식당 평균 백반 가격보다 저렴하다. 그나마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수년간 유지한 5000원에서 500원을 올린 가격이다.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온 뒤 매출은 증가했는데 적자가 더 늘었다. 식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음식을 팔면 팔수록 손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물가동향을 보면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18.6%, 20.1% 올랐다. 같은 기간 배추는 35.5%, 감자는 37.8% 상승했다. 김씨는 “코로나 때 300만원 적자였다면 올해는 장사가 나아졌으니까 적자가 200만원으로 줄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며 “일이 많아져서 어르신들만 더 고생한다”고 했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식당 특성상 음식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손님 대부분이 형편이 어려운 고령층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이곳을 찾는 노인도 많다. 김씨는 “지금보다 식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 현상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카페도 같은 처지다. 노인 10명이 돌아가며 일하는 청주 A카페도 고물가에 운영난을 겪고 있다. 노인들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도 카페 운영이 쉽지 않다. A카페의 수박주스 가격은 4000원으로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20% 가까이 싸다. 수박 가격(6월 기준)은 1년 전보다 22.2% 올랐다. 카페 관계자는 “일하는 노인분들의 급여를 정산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김문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센터 부연구위원은 “시장형 노인일자리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크고 공익성이 있는 일자리”라며 “일자리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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