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 사람들의 만남은 어떻게 더 많이 만들어질까?

정연호 2022. 7. 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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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정연호 기자] 영국에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장관이 있다. 바로 사회적 고독을 해결하는 ‘외로움 담당 장관 (Minister for Loneliness)’이다. 영국 정부는 외로움을 코로나19처럼 전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전염병’이라고 판단했다.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연결된 사회: 외로움 방지 전략-변화를 기초’라는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기반으로 외로움부를 신설했다.

출처=셔터스톡

사회학의 관점에서 외로움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다. 브리검영 대학교 줄리안 홀트-룬슈타트 박사는 3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70개의 연구를 분석한 뒤, 비만보다 사회적 고립이 사망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외로움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분석한 다른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알츠하이머가 발생할 확률이 두 배 정도 높으며, 외로움은 사망 가능성을 26% 더 올리고 고혈압과 비만 등의 위험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콕스위원회의 ‘조 콕스 고독문제대책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인구 6400만 명 중 14%인 990만 명이 ‘때때로, 혹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약한 사회적인 연결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는 것과 비슷하게 해로웠다. 조 콕스 보고서로 얻은 통찰 덕분에 영국에선 외로움을 사회적인 문제로 해결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나타날 수 있었다.

약한 사회적 연결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는 것만큼 해롭다, 출처=조 콕스 고독문제대책위 보고서

“1인가구와 노령가구의 외로움, 한국에서도 국가적 대응 필요해”

전문가들은 “2025년에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에서도 사회적 고독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늘고 있는 비자발적 1인가구도 고독사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실업・질병 등 다양한 사유로 사회에서 고립된 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지 못하며 삶을 마감하는 1인가구와 노령층의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가구는 전체 인구 중 30.4%를 차지한다. 이제 국민 10명 중 3명은 1인가구일 정도로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됐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5년에서 2045년까지는 1인가구가 20.7% 늘어나고,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2.3%에서 37.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으로 젊은 세대가 줄어들고 노인인구는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늘어날 1인가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 노인가구가 겪게 될 고립을 해소할 정책적 설계도 필요한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초고령사회 대비 고독사(孤獨死) 대응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고독사 위험자가 겪는 위험요인은 열악한 주거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정신건강 문제, 제한된 인간관계와 사회로부터의 단절 등이다. 여기에 청년(직장/학업을 위한 시험준비, 취업/실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중장년(실직/은퇴, 실직/은퇴로 인한 스트레스와 경제적 우울감, 이혼, 만성질환), 노인(만성질환 및 질병 스트레스, 사별, 경제적 빈곤) 등의 생애주기별 위험요인이 더해져 고독사 가능성을 높인다. 주거비와 물가가 저렴한 지역에 밀집한 중장년 1인가구의 96.6%는 고시원・여관・여인숙에 거주하는 등 열악한 주거에서 살고 있으며, 최근 3개월 동안 접촉한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30%에 이르는 등 심각한 사회적 고립이 우려되고 있다.

출처=용혜인 의원실

무연고 사망자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남성 중장년층의 고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지역 사회의 네트워킹을 위한 복지 정책도 ‘자신은 문제가 없다’면서 피하므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는 설명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확인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전체 무연고 사망자는 3배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란 가족이 없거나 가족을 찾을 수 없는 사망자와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사망자를 말한다. 무연고 사망자와 고독사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고독사 추이를 무연고 사망 통계로 확인하기도 한다. 무연고 사망자는 대부분 40~60대 남성 집단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보면 남성 (2643명)이 여성(739명)보다 3.5배 높다. 연령별 사망자는 남성은 40대부터 증가폭이 커지고, 여성은 60세 이상에서 증가폭이 높았다.

정부와 지자체 네트워킹 확장에 쓰이는 IT 기술

한국 정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과 함께 소형 센서 및 기기를 통해서 응급 시 119와 연결되는 알람 기능을 제공하거나 건강 체크 서비스, 정서적 지원을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통신사, 소방청과 연계해 스마트홈 서비스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독거노인에게 응급상황에 버튼을 누르거나 ‘살려줘’를 외치면 119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인공지능 스피커 혹은 가스 알리미, 화재감지기 등이 탑재된 스마트홈 기기를 보급했다.

스마트플러그 설명, 출처=스마트서울 포털

서울시는 TV나 전자레인지 등 주로 사용하는 가전기기 플러그에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도입해 전력량과 조도를 감지하는 ‘스마트플러그’를 지원했다. 가전기기별 가동시간, 전력사용 현황 및 사용패턴 데이터를 수집해서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에게 위기 상황을 알린다. 스마트플러그를 통해서 노인이 영양실조 등의 위험에 처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안전취약계층과 1인가구를 대상으로 휴대폰을 특정 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사전에 등록한 보호자들에게 알람을 발송하는 ‘서울 살피미’ 앱도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도 IoT 기반의 스마트폰(안심폰)을 지원해 동작, 온도, 조도를 감지해 문제를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안심폰을 통해서 생활지원 담당자와 유선 및 영상통화로 안부와 안전을 확인해 정서적인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대구시는 네이버와 협력해 AI 상담원이 돌봄 대상자에게 주 1∼2회 안부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외출, 복약 등 안부와 관련한 간단한 질문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이상자로 분류되면 담당 공무원이 2차로 재확인하는 방식이다.

“위기 대응을 넘어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한 시점”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이 “위급 상황에 대응하는 정책에만 국한돼 있으며, 중장년층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다는 문제를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해외 사례처럼 지역 사회의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농촌 독거노인의 스마트홈 활용 경험’ 연구는 농촌 지역에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홈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조사 결과, 스마트홈의 사용률을 높이려면 기기 설치 이후 지속적으로 노인을 관리하는 서비스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인터넷 설치 비용이나 전기세 때문에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지 않거나, 사용법을 계속 잊어버려도 반복적으로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서 스마트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사생활이 녹음, 녹화될 수 있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지만 노인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공공 관리 서비스가 부재한 것도 문제였다.

출처=셔터스톡

보고서는 “노인들은 기기를 통해 지역 자원을 더 접촉하고 의지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홈에 차츰 적응을 할 수 있으며, 독거 처지가 주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독거노인 대상 스마트홈의 이용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담당할 사회복지인력을 교육해 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위급상황에서 노인의 개인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하는 것과 노인들이 편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인 사용자가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개발 방식이 제안됐다.

고독사 실태조사 설계 연구에 참여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아영 부연구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연구팀이 실태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국내 고독사 관련 정책이 대부분 노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년층 남성이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대책 방안은 거의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게끔 정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중장년층 남성은 ‘마지막까지도 스스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강하고 이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장년층의 문제를 해결할 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독사 실태조사 연구’에 소개된 영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영국 정부는 응집력이 강한 지역 사회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 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보다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역에 오래 살수록 더 많은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거주자를 쫓아낼 수 없도록 임대법을 개정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주거부문에서 MHCLG(지방정부부)는 12만 5000 파운드를 투자해 외로움을 방지하는 주택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으며, 건강과 웰빙을 증진할 수 있는 주택설계와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고립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공동체 공간을 확보하는 등 지역 사회의 인프라를 강화하는 정책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문화·미디어·중소기업부(DCMS)는 180만 파운드를 투자해 공동체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를 공동체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다양한 서비스를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도 허용했다. 농촌의 외로움을 방지하는 대책으로 환경식품농촌부는 120만 파운드 예산을 마련해 21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각 마을마다 마을회관의 재건축을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했다.

장애인과 노인 등의 교통 약자가 교통 문제로 고립되지 않도록 교육부와 교통부는 같은 버스를 탄 사람끼리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버스잡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모빌리티 센터라는 시범사업으로는 고령층과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농촌과 도시 외곽지역의 요구에 따라 버스, 공유교통수단을 제공하면서 농촌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외로움 방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디지털포용을 비롯한 네 가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때, 디지털기술이 필요한 개인들을 식별해 기기의 구매를 보조하고, 워크숍을 개최해 디지털기기와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140만 명의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디지털기술 사용법을 교육하며, 260만 파운드를 들여서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스마트홈 프로그램으로 노령의 주택보유자들이 디지털기술을 습득하도록 지원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의 송인주와 모은정 연구원은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에서 “아직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자존감을 지키려고 하는 이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 사회 서비스가 개발돼야 한다. 골목카페, 골목상담소를 통해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자조모임, 취업준비, 운동 등이 진행되게끔 해 자존감 훼손 없이 자신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지역 기반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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