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숨소리 맞춰 연주해요"
악보도, 지휘자도 없는 이 악단은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입니다.
서로를 들으면서 연주하는 현장을 임지수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가슴을 뛰게 하는 관현악곡이 울려 퍼집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 단원들 앞에 악보가 없습니다.
지휘자도 없이, 눈을 감고 연주하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악보를 그려내는 이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예술가들입니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한빛예술단입니다.
[김종훈/한빛예술단 음악감독 : 다시 해봅시다. 이거 악보 아직 못 외운 사람도 있어요?]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까지 모두 외워야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박진혁/한빛예술단 브라스앙상블 악장 : 아 잠깐만요. 갑자기, 기억이…]
트롬본 연주자 진혁 씨는 재빨리 머릿속 악보를 넘겨 보지만, 결국 음원을 다시 들으며 음표 하나하나 기억을 되살립니다.
[박진혁/한빛예술단 브라스앙상블 악장 : 한 곡을 100번 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한 곡 외우는 데 짧은 건 3~4일, 긴 건 2~3주 (걸립니다.)]
서로 눈을 마주칠 수도, 동작을 살필 수도 없습니다.
대신 서로의 숨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한 음씩 내딛습니다.
[박진혁/한빛예술단 브라스앙상블 악장 : 오히려 음악 안에서 이뤄지는 하모니나 이런 것들이 더 좋고 끈끈할 수 있지 않나.]
악기 정리조차 쉬운 일이 아니지만, 능숙하게 해냅니다.
한빛예술단은 지난 2003년 음악적 재능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전 세계 최초 타이틀에 걸맞게 곳곳을 누비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고 있습니다.
한 해에 100번 정도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오는 9월 장애인 최초로 예술의 전당 공연도 앞두고 있습니다.
[김양수/한빛예술단 단장 : 보는 사람들(비장애인)의 고통에 비해 가히 10배 이상의 고통이 따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도 이들은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무대에 오릅니다.
그 꿈을 위해 10배 이상의 시간, 10배 이상의 고통을 기꺼이 감당하며 연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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